■ 1기 졸업생 낸 유한킴벌리 社內 아버지학교
지난달 31일 열린 유한킴벌리 ‘아버지학교’ 마지막 수업에서 참가 사원들이 김순기 상담사(왼쪽)와 좋은 아버지가 되는 방법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제공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유한킴벌리 본사 회의실. 김순기 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상담사(43)의 강의에 정장 차림의 30, 40대 남성 직장인 11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했다. 유한킴벌리가 처음으로 도입한 ‘사내 아버지학교’ 1기 수업 마지막 날 풍경이었다.
○ 사원 반응 폭발적, 조부모학교도 검토
이들 ‘워킹대디’의 궁금증은 다양했다. “아무리 놀아줘도 ‘아빠는 안 놀아준다’고 딸이 불평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주말부부인데 시간 한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수업에 참여한 아버지 사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수료증을 받은 서우찬 전략과제팀 부장(40)은 “전에는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 아내에게 떠넘기곤 했는데 아이들의 비논리적인 행위가 자연스러운 거라는 설명을 듣고 생각이 달라졌다”며 “짧은 교육이었지만 가족들도 내가 바뀌었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신홍석 차장(37)은 “배운 것을 조금만 응용해 놀아줘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더라”며 “이번 교육을 계기로 좋은 아버지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앞으로 취학 자녀를 둔 아버지를 대상으로 하는 강좌를 열고, 손자손녀를 돌봐야 하는 사원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부모학교’도 구상 중이다.
○ 워킹대디 배려하는 기업 많아져
‘가족친화 경영’을 경영원칙으로 삼은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이를 전담하는 가족친화경영팀을 새로 만들었다. 초기에는 육아휴직과 시차 출퇴근제를 각종 지표로 관리하면서 주로 ‘워킹맘’을 배려하는 데 집중하다 이번에 일하는 아버지에게로 관심을 돌린 것이다.
유한킴벌리는 자사에 투자한 킴벌리클라크의 세계 36개국 사업장 중 자신들의 생산성이 최상위권인 비결이 ‘일과 삶의 조화’에 있다고 본다. 1998년에는 기저귀 생산량이 시간당 2만5400개였으나 이듬해 현장 출퇴근제 도입 등 유연한 근무시간제를 도입하고 가족친화 경영을 펼치면서 생산성이 급증해 지난해에는 생산량이 5만3600개로 늘어났다.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유한킴벌리 외에도 상당수 기업이 워킹대디를 배려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은 출산을 준비 중인 임직원들을 위한 ‘예비엄마·아빠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은 워킹대디를 위해 지난해 ‘금요일 시차 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