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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친구가 괴롭혀…” 대구서 고교생 또 투신

입력 | 2012-06-04 03:00:00

아파트 15층서 뛰어내려… 자살직전 “맞고 산다” 문자
경찰, 가해 중학교동창 수사… 6개월새 대구에서만 8명




“너무 많이 맞아 힘들어” 메모 2일 투신자살한 고교 1학년생 김모 군이 올해 초에 작성한 메모. ‘너무 많이 맞는 것 같아서 너무 힘이 들어요. 이렇게 저는 거의 매일 맞았어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구에서 또 중고교생 투신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구 D중학교 2학년 A 군(당시 14세)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뒤 대구에서만 6개월 사이에 투신자살한 중고교생이 8명으로 늘었다. 자살 시도까지 합치면 10명이다. 과거 대구지역 자살 중고교생 수는 한 해 평균 8, 9명 수준이었다.

3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일 오후 7시 5분경 대구 수성구 지산동 H아파트 화단에 김모 군(16·S고 1학년)이 쓰러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 정모 씨(70)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김 군이 혼자 승강기를 타고 아파트 15층에서 내린 점과 컴퓨터에 “죽고 싶다. 괴롭다”는 일기 형식의 글을 남긴 점 등을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투신 직전 같은 축구동아리 회원인 중학교 동창에게 ‘(동아리에 있는 친구의 괴롭힘을) 2년째 견디는데 힘들어서 덤볐다. 하지만 깨져 맞고 산다. 그놈과 1 대 1 맞짱 뜨러 나간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남긴 점 등으로 미뤄 친구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현재까지는 집단괴롭힘보다는 친구 1명에게 괴롭힘 당한 것을 괴로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군이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에 나온 가해학생은 중학교 동창으로 축구동아리 활동을 함께했지만 현재는 다른 고교에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김 군의 아버지(44)는 “아들이 올 1월 친구에게 맞아 고막이 찢어진 적이 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치료비만 받고 용서했다. 하지만 숨진 아들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맞거나 괴롭힘을 당한 정황이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김 군의 담임교사 박모 씨(52·여)는 “김 군은 성적이 상위권으로 교우관계도 좋은 모범생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군이 올 초 작성한 글과 휴대전화 메시지에 등장하는 가해학생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는 한편 학교 폭력이나 집단따돌림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 [채널A 영상] “너무 많이 맞아 힘들다” 대구서 고교생 또 투신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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