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대학생에 폭언 파문
백 씨에 따르면 그는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남성 2, 3명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임 의원을 발견하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같이 찍자고 요청해 서너 장의 사진을 찍었다. “같은 학교(한국외국어대) 대선배인 데다 북에 있을 때부터 ‘통일의 꽃’으로 알고 있어 임 의원과 사진을 찍고 싶었다”는 것. 그러나 곧바로 식당 종업원이 임 의원 보좌관 요청에 따라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을 삭제하면서 일이 벌어졌다.
백 씨는 “후배로서 학교 대선배와 사진 한 컷 찍는 게 뭐가 잘못됐는가”라고 항의했고 임 의원은 “보좌관이 내게 사소한 피해가 갈까봐 신경 쓴 것”이라며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에 백 씨가 “알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농담조로 “이럴 때 우리 북한에선 어떻게 하는지 아시죠. 바로 총살입니다. 어디 수령님 명하지 않은 것을 마음대로 합니까”라고 하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임 의원이 “야, 너 아무것도 모르면서 까불지 마라”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알아? 어디 근본도 없는 탈북자 ××들이 굴러 와서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겨”라고 막말을 퍼부었다는 것. 임 의원은 “야, 너 그 하태경(북한 인권운동가 출신 새누리당 국회의원)하고 북한 인권인지 뭔지 하는 이상한 짓 하고 있다지? 하태경 그 변절자 ××, 내 손으로 죽여버릴 거야. 하태경 그 개××, 진짜 변절자 ××야”라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백 씨는 전했다.
백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임 의원의 발언은 2만여 명의 탈북자에 대한 망언이자 폭언”이라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15분간의 임 의원과의 대화 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음해놨다”며 “4일 민주당 차원의 사과를 요구하겠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녹음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임 의원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임 의원이 어느 나라 의원인지 참담한 심정이다. 공당의 국회의원이 어떻게 이런 폭언과 망발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는지 의아스러울 뿐”이라며 “도대체 누구를 변절했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통합진보당의 종북 논란이 예민하게 불거진 시기에 오해받기 딱 좋은 사건이 터져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하 의원은 트위터에 임 의원의 해명과 관련한 글을 올리고 “이건 자신의 취중 발언에 대한 사과라기보다 취중 발언이 진심이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한국사회 민주, 인권 운동을 하다가 북한의 독재, 반인권 참상을 목도하고 일관되게 북한 민주 인권 운동을 하는 것이 변절인지 아니면 한국사회 민주, 인권 운동하던 사람들이 북한의 민주, 인권 운동은 가로막는 것이 변절인지는 국민들이 잘 판단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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