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자녀교육에 열성적인 김 씨는 얼마 전 아들과 함께 수학문제를 풀다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들이 영 엉뚱하게 문제를 풀이했기 때문이다.
[문제] 사과 21개를 모두 똑같은 개수로 나누어 봉지에 담으려고 합니다. 봉지는 최소 몇 개가 필요할까요?
“왜 답이 2개야?”(어머니)
“10개씩 나누어 담으면 되니까요.”(아들)
“사과는 모두 21개잖니. 나머지 한 개는 어쩌고?”(어머니)
“하나는 남겨두었다가 먹으면 돼요.”(아들)
아들의 어이없는 대답에 김 씨는 소리를 내질렀다. 수학공부를 장난스럽게만 여기는 아들이 실망스러웠다. ‘또래친구 중에는 벌써 초등 5, 6학년 수학을 마치고 중학교 과정을 살펴보는 아이도 있는데…. 국제중 진학은 무리한 욕심일까? 내 아이도 학원에 보내야 하나?’ 아들을 다그친 것이 영 마음에 걸렸던 김 씨는 그날 저녁 아들을 불러 나지막이 타일렀다.
“화낸 건 엄마가 미안해. 하지만 엄마는 네가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공부했으면 좋겠어. 네가 꿈꾸는 멋진 의사가 되려면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성적도 올리고 책도 열심히 읽어야 한단다. 장난으로 수학문제를 풀면 안 돼.”
아들은 “네 엄마”라고 답하면서도 이런 속내를 털어놓았다.“근데 장난으로 푼 거 아니에요. 사과 21개 중에 하나만 빼면 계산하기가 편해지잖아요. 문제를 풀기 쉽게 만드는 방법을 내가 찾아낸 건데….”
김 씨는 아들을 몰아붙인 자신을 후회했다. 반성했다. 알고 보면 아들은 정해진 풀이법대로 답을 구하지 않고 훨씬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했던 게 아닌가 말이다. ‘아! 아들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데는 엄마의 고통과 인내가 따르는구나….’ 이후 김 씨는 틀린 문제에 대한 정답을 설명해주는 ‘지도’에서 아들과 함께 풀이과정과 그 이유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로 접근방식을 바꿨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