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의 뿌리는 시장” 상인 직접 찾아가 온누리상품권 현금화
장태종 신협중앙회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지난달 31일 임직원들과 함께 대구서문시장을 방문해 김영오 서문시장 상인회장(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과 함께 ‘1기관 1시장’ 캠페인 행사를 열었다. 이날 부채 1만 개를 상인들에게 나눠준 장 회장은 “신협이 전통시장 상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신협중앙회 제공
장태종 신협중앙회장(64)은 지난달 31일 임직원 30여 명과 함께 대표적 전통시장인 대구서문시장을 찾았다. 전국 950여 개 조직, 600만 명의 조합원을 둔 신협은 조합의 절반 가까이가 전통시장 인근에 있을 정도로 서민과 자영업자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대표적인 ‘풀뿌리 금융기관’이다.
대구에 있는 80여 개의 신협 가운데 서문시장 5지구 입구에 있는 대구대동신협은 전통시장 지원 부문에서 전국적인 모범 금융기관으로 꼽힌다. 대동신협을 구성하는 1만여 조합원 가운데 대다수가 서문시장 상인이며 ‘온누리상품권’ 수납률에서는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장 회장과 임직원들은 이날 7000여 개의 상가가 밀집한 서문시장을 둘러보고 시장상인회에 1만 개의 부채와 기념품을 전달하며 앞으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서문시장 상인회장단은 “매일 아침 시장을 순회하며 예금을 받는 ‘직금’ 서비스를 오랜 기간 펼칠 정도로 신협은 서문시장의 친구 이상의 존재였다”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서민 친화적인 금융서비스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장 회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신협의 기본 이념인 지역사회 발전 및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조합원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큰 믿음과 행복을 전달하는 서민의 금융기관이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1849년 독일에서 고리채에 대항하는 소시민들의 자립운동으로 시작한 신협(신용협동조합)은 지역 사회 및 직장 공동체를 기반으로 조직해 나가는 협동은행이다. 국내에서는 1960년 미국인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가 부산에서 조직한 성가신협을 뿌리로 삼는다. 오늘날 40조 원 규모의 자산을 축적한 세계 3위 규모의 신협이자 우량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신협은 이 같은 ‘풀뿌리 금융’의 특징을 활용해 온누리상품권 유통의 중심에 서 있다. 온누리상품권이란 지역 경제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2009년 처음 발행된 상품권이다. 전국 1100여 개 시장의 15만 개 점포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현재 이를 취급하는 금융기관은 신협 기업은행 새마을금고 등 9개 정도다. 연간 거래액수가 2500억 원에 불과해 수수료 수익이 적지만 관리가 번거로워 선뜻 상품권 업무 대행에 나서기 어렵다.
그러나 지역 경제에 밀착된 신협은 온누리상품권 판매와 수납을 오히려 도약의 기회로 여기고 시장 상인들의 손발을 자처하고 있다. 신협은 지난해 온누리상품권 유통의 약 8%(판매 140억 원, 수납 87억 원)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는 5월까지 전체 유통물량의 10%까지 늘린 상태다. 직원이 직접 점포를 방문해 빠르게 현금화해 주는 서비스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또한 신협은 온누리상품권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무기명 선불카드 형태의 ‘전자상품권’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신협은 전통시장 관련 금융서비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총 3000억 원대에 이르는 중소상인을 위한 ‘햇살론’은 전국 상호금융권에서는 자산 대비 최대 규모이며, 500만 원 규모의 ‘소액 현장대출’과 시장상인회의 미소금융 업무 대행도 병행하고 있다.
대구대동신협 송준관 이사장은 “신협과 같은 풀뿌리 금융의 핵심은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며 “전통시장 및 지역 상인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지역 금융기관들의 활약에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