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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연욱]친노(親盧) 패밀리

입력 | 2012-06-05 03:00:00


민주통합당 대표를 뽑는 지역순회 경선에서 김두관 경남지사의 ‘역할’이 화제가 되고 있다. 김한길 후보가 ‘이해찬 대세론’을 깨며 초반 선두를 달린 배경에 김 지사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지사 측은 이해찬 후보에 대해 ‘분명한 반대도, 지지도 없다’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올해 12월 대통령선거 출마 의사를 굳힌 김 지사는 앞으로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고문과 맞붙게 될 공산이 크다. 문 고문과 가까운 이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는 없지만 이 후보 지지자들은 끌어안겠다는 계산이다. 이 과정에서 “친노(親盧)는 단결하라”고 외친 이 후보의 전열이 흐트러졌고, 김한길 후보는 이 틈새를 파고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해찬 후보는 ‘친노의 좌장(座長)’, 문재인 고문은 ‘노무현의 영원한 비서실장’, 김두관 지사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린다. 이들은 모두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여당의 요직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 전당대회와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친노의 일체감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해찬-문재인’ 조합과 김 지사의 신경전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문 고문이 ‘안철수 공동정부론’을 제기하자 김 지사는 “시기가 이르다. 민주당 자강론(自强論)이 우선이다”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지사는 또 “17년 동안 지역운동 등을 한 나는 2002년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연대를 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참모들과는 삶의 궤적이 다르다”고 했다. 문 고문을 정조준한 발언이었다. 김 지사 진영에선 “노무현 정부에서 문 고문 측은 청와대를 장악했지만 우리는 빛을 본 게 거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친노 인사들은 이미 문재인-김두관 캠프로 갈라져 일전(一戰)을 벌일 태세다.

▷김 지사는 “나는 범(汎)친노는 맞지만 친노 패밀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래서 “노무현 비욘드(Beyond·노무현 뛰어넘기)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 대표 경선에서 막판 뒤집기에 나선 이 후보는 “그래도 김 지사는 친노 패밀리”라고 말한다. 친노의 분열이 자신에게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문 고문은 지난달 23일 노 전 대통령 3주기를 맞아 “이제 당신을 보내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노의 패밀리 타령이 계속되면 국민은 지겨워할 것 같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