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규 대한건설협회 회장
건설산업이 처한 현실은 산이 앞을 가로막고 물줄기도 끊어져 더 나아갈 길이 없는 산궁수진(山窮水盡) 형국이다. 주택시장 침체, 공사물량 부족, 유동성 부족, 수익성 악화 등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주택시장은 현 정부 들어 17차례나 대책을 내놓았으나 백약이 무효다. 상위 100대 건설사 중 거의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고 있다. 35개사는 워크아웃 및 대주단협약 가입 등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다.
건설산업 위기는 건설사의 위기로만 끝나지 않고 서민의 삶까지 고달프게 한다. 일당 15만 원인 철근공은 한 달에 일을 하는 날이 열흘이 채 안 되고, 건자재 상인은 혼자 가게를 지키고, 이사 및 가구업체들도 매출 부진으로 신음하고 있다.
먼저 새 국회는 정부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및 취득세 감면 재시행 등 부동산 관련 법률을 시장 상황에 맞게 개선해 주기 바란다.
둘째, 경기 하강 시 건설사와 금융사는 물론이고 국민경제에 치명적인 독(毒)으로 작용했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선진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과 관계 법령을 제정해 PF로 인한 혼란이 재연되지 않게 해야 한다.
셋째, 제값 받고 제대로 시공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길 기대한다. 건설사들은 적자 시공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는 많은 발주기관들이 공사비를 부당 삭감하는 등 가격 중심 입찰제를 운용하기 때문이다. 최저가격 중심의 공사 발주 시스템은 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이고 하도급자, 자재장비업자, 건설근로자 등 서민의 삶을 어렵게 해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넷째,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야 한다. SOC 시설은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그 효과가 나타나므로 투자 시점을 놓치면 단기간에 만회하기 어렵고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 또한 SOC와 복지는 괴리된 개념이 아니다. SOC 투자는 서민 일자리 창출과 국민 생활기반을 조성하는 생산적인 복지정책이다.
우리 경제가 심상치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벗어났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19대 국회의원 300명이 당리당략을 떠나 경세제민(經世濟民)의 마음가짐으로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과 서민경제에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를 바란다.
최삼규 대한건설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