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법 법 不: 아니 불阿: 언덕 아 貴: 귀할 귀
이런 점에서 한비는 군주가 자신의 능력이나 지혜에 자만하지 말고 법에 따라 다스릴 것을 강조한다. 수많은 군주들이 몰락한 원인은 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지식과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임의적인 잣대를 들이대 단죄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비의 시각이다. 그래서 말한다. “법을 받드는 사람이 강하면 나라가 강해질 것이고 법을 받드는 자가 약하면 그 나라도 약해질 것이다.(奉法者强, 則國强, 奉法者弱, 則國弱)” 강국이 되느냐 약소국이 되느냐 하는 것은 법에 대한 군주의 태도에 달려 있음을 말한 것이다.
군주가 엄격한 법치를 행하면 군주의 권위는 더욱 확립되고 권세 역시 강화되므로 법치가 제대로 서게 되면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에 따라 나라가 다스려지게 된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라면 법에 따라 공정한 인사지침에 의거하여 인재를 등용해야지, 주변 사람들의 평판에 근거해 임용해서는 안 된다고도 한비는 강조한다. 사람의 평판이란 저마다의 이해관계 속에서 나오는 것으로 객관성을 결코 담보할 수 없고, 결국 그들이 담합하여 군주를 기만하고 나라를 좌지우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