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경 이어 또 문제 발언… 종북 불씨 민주로李 “北, 세계가 다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헌법규정도 무시당내선 “총리까지 지낸 분이… 불난 집에 기름 끼얹은 꼴”박지원 “임수경 사과 신뢰”… 김한길은 “잘못된 언동” 비판
이 후보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진행자가 북한인권법의 국회 상정 문제를 묻자 “북한 인권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 스스로 알아서 해결할 문제다. 다른 나라의 국내 정치 문제에 깊이 주장하거나 개입하는 건 외교적 결례”라며 “국가 간에 서로 내정에 관련된 걸 간섭하는 것은 외교적 관행으로서는 바람직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진행자가 “우리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는 “그건 우리 헌법”이라고 일축한 뒤 “세계적으로 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세계적으로 보면 북한은 유엔에 가입한 국가다. 세계적으로 국가로 인정을 하니까 미국도 북한과 정치적 협상을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당내에선 “임 의원 발언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지낸 이 후보의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 끼얹은 꼴”이라며 원망하는 분위기다. 더구나 이 후보가 언급한 유엔에서도 북한 인권에 대해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종북 논란에 휩싸인 통진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해 자격심사를 통한 제명 방안을 거론하며 자진사퇴까지 요구한 터여서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임 의원 사건을 제대로 매듭짓지 않으면 대선에서 야권 전체가 ‘종북 프레임’에 갇혀 고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내에선 박 위원장의 발언이 임 의원을 옹호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임 의원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원내 현안과 대선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연찬회 자리에서 맨 먼저 임 의원 사태 수습부터 내놓았다는 점에서다.
반면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한길 후보는 임 의원의 막말에 대해 “확인된 일부 사실 관계만 보더라도 매우 잘못된 언동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SBS 라디오에 출연해 “당 차원에서 사실 관계 전모를 파악하고 합당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임 의원의 막말은 대형 악재다. 4·11총선에서 야권 연대를 통해 통진당 당권파 의원들을 당선시킨 게 민주당이란 비판이 많지 않나. 또 당내엔 임 의원처럼 전대협 출신 의원도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통진당의 이상규(서울 관악을), 김미희(경기 성남 중원), 김선동 의원(전남 순천-곡성) 등을 야권 단일후보로 내세운 데 대한 ‘민주당 연대책임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임 의원 사태는 ‘똑같은 종북당’이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연찬회에 강사로 나온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운동권 계파 문제는 비단 통진당과 경기동부연합(통진당 당권파)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민주당에서는 ‘감옥 다녀왔느냐’를 묻는데, 이는 진보세력의 권위주의”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박정희 정권 때 ‘김지하 양심선언’을 게재한 유인물을 배포하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흥사단 아카데미 사건)된 ‘원조 운동권’ 출신이다. 그런 그가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끼리끼리 뭉쳐 수감 경력을 ‘훈장’처럼 떠받드는 민주당의 풍토를 꼬집은 것이다. 장관 출신 한 의원도 총선 전 사석에서 “운동권 출신도 아니고 감옥에 다녀온 적도 없어 낄 데가 없다”며 당내 분위기를 꼬집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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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