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천국’ 마카오 가보니
중국인 관광객 우빙야우 씨(52)는 1일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 카지노에서 바카라 게임을 하며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4번을 연달아 져 5분 만에 8만 홍콩달러(약 1216만 원)를 잃었지만 그는 싱글벙글했다. 중년 남성인데도 왼손에 손톱 크기만 한 30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꼈고 시계는 금으로 도금돼 있었다. 그는 카드를 받을 때마다 금과 다이아몬드로 장식돼 한 대에 36만 홍콩달러(약 5472만 원)인 자신의 ‘전시용’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아직 임플란트 시술을 받을 생각은 못했는지 그가 입을 벌리고 웃자 아랫니 3개가 빠져 있었다.
이 카지노의 VIP 고객을 관리하는 중국동포 C 씨는 우빙야우 씨를 중국 산시(陝西) 성의 광산재벌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틀간 200만 홍콩달러(약 3억400만 원)를 잃고도 자리를 뜨지 않는 카지노의 ‘우량 고객’이었다. C 씨는 “땅 파면 돈이 나오는 사람인데 중국에선 쓸 곳도 없고 정부 규제도 심해 욕구가 많이 쌓였을 것”이라며 “이런 고객은 우리가 스위트룸을 잡아주고 게임할 돈도 빌려주며 모셔온다”고 귀띔했다.
마카오 관광산업은 침체에 빠진 카지노를 2002년 외국에 개방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현지 카지노 재벌 스텐리 호가 독점해온 이 사업에 미국 카지노 자본인 샌즈와 윈, MGM, 홍콩계 카지노 갤럭시 등이 300억 달러를 집중 투자했다. 당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자본에게 중국과 거리상 가깝고 언어도 비슷한 마카오는 최적의 투자처였다. 마카오 역시 중국 부자들을 끌어들이려 카지노를 적극 활용했다. 마카오 카지노의 매출 규모는 2006년 라스베이거스를 넘어서 세계 1위로 발돋움했다. 최근 셰러턴과 콘러드 등 대형 호텔체인이 마카오에 잇달아 카지노를 개장했고 W호텔과 샹그릴라 등도 카지노와 대형 명품점이 포함된 초대형 복합리조트를 건설하기 위해 용지 매립을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도 마카오식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2005년 싱가포르 정부는 40년간 금지해왔던 카지노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다시 추진했다. 2010년 샌즈 그룹으로부터 28억 달러를 투자받아 센토사 섬과 마리나베이에 대형 카지노 리조트를 조성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김상수 산업부 차장
정효진 강유현 박창규(산업부)
유재동 김재영 박선희(경제부)
김희균 남윤서(교육복지부)
허진석(문화부) 이정은(정치부)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