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용 ‘드렁큰 루시퍼’ ★★★☆
‘드렁큰 루시퍼’에서 천으로 된 문에 엉켜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을 표현한 류장현씨. 사진작가 김두영 씨 제공
1∼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IG아트홀에서 공연한 ‘드렁큰 루시퍼’는 주목받는 안무가로 성장한 류장현이 올해 이 공연장의 상주예술가가 된 뒤 발표한 첫 작품이다. 국내 현대무용 작품으론 드물게 난해하지 않았고 객석의 웃음까지 끌어냈다.
객석으로 들어가는 통로부터 작품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원래의 입구 대신 무대 뒤쪽에 반투명 막의 긴 통로를 설치하고,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조명을 달았다. 입장객에겐 불시착한 우주선을 탐사하는 듯 긴장감을 줬고 객석에 앉은 관객에게는 줄 지어 입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드러나 그 자체로 훌륭한 무대 장치가 됐다.
흰 블록으로 바닥에 십자가를 만들고 류 씨가 그 위에 앉아 각종 패륜 범죄 뉴스를 전하는 TV 화면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장면도 이런 공연의 맥락에선 적절했다. 같은 내용이 반복된 공연의 말미와 연극성을 강화하면서 음악에 몸을 움직이는 춤 공연의 매력이 덜했던 점은 아쉬웠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