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부호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 카지노단지, 영종도-새만금에 짓자
“(미국 트리플파이브사가) 영종도 노른자 땅에 세계적 쇼핑몰을 짓기로 한 만큼 카지노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해봅시다.”(송영길 인천시장)
4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호텔에서 송 시장과 오카다 회장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오카다 회장은 일본의 슬롯머신 제조 판매업체인 오카다홀딩스를 경영하는 카지노업계의 거물이다. 오카다 회장은 인천 영종도의 핵심 용지인 옛 밀라노디자인시티(MDC) 터에 카지노타운 건립비로 4조9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송 시장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카지노타운은 MDC 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100만 m²에 건립된다. 오카다홀딩스는 이미 사업 추진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설립 자금으로 490억 원을 예치한 상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에서 대형 카지노를 운영하는 ‘윈(Wynn)리조트’의 대주주인 오카다 회장은 이날 해외 자본 중 처음으로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일정을 밝혔다.
세계적 카지노업체인 시저스엔터테인먼트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투자 협의를 진행 중이다.
▼ “마카오 벤치마킹… 카지노+쇼핑+테마파크로 개발해야” ▼
전북 새만금 경제자유구역에도 지난주 싱가포르의 카지노회사 임원진이 방문해 군산 앞바다 고군산군도에 대규모 카지노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해외 카지노업체들의 국내 투자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것은 카지노 허가를 내주는 국내 절차가 간소화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외국 자본이 빌딩 건립 등에 3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이후 2년 이내에 2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해야 카지노 사업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앞으로는 투자계획서만 제출해 통과되면 예비 허가를 받을 수 있어 해외 투자자의 위험부담이 크게 줄었다.
경제자유구역에 카지노 단지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조성하는 것은 효과적인 투자 유치 방법 중 하나다. 카지노 건립에는 대규모 자본이 집중 투입되고 카지노 근무는 24시간 3교대로 돌아가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 카지노 수익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거둬들일 수 있어 세수 확대 효과도 크다. 인천시도 카지노 자본을 유치하면 8조 원의 투자와 5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자 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카지노업체들의 내국인 출입 요구다. 그래야 장사가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매출을 다 합친 액수(1조57억 원)는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 강원랜드 한 곳(1조2568억 원)보다 적었다. 강원랜드 사례에서 보듯 도박중독자 양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 내국인 출입 확대는 어렵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경희대 관광학부 서원석 교수는 “해외 원정도박 규모가 커지는 만큼 내국인 출입을 막는 게 능사는 아니고 음지의 도박시설을 양지로 올려 적절히 통제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며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용 문제에 대한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5년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을 허용한 싱가포르 정부는 카지노 문턱을 높이기 위해 하루 100달러의 입장료를 내도록 했다. 또 연간 입장료가 2000달러, 건 돈이 1만 달러를 넘으면 신용조회를 하고 있다.
○ 중국인 큰손들 끌어들여야
중국인 부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마카오의 경우 최근 중국 정부가 ‘하이롤러(고액 카지노 베팅자)’에 대한 신상 파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카지노 큰손들이 다른 지역을 물색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에겐 대형 카지노를 유치할 수 있는 호재다. 호원대 호텔관광학부 장병권 교수는 “한중 해상을 오가는 크루즈선이나 유람선에 선상 카지노를 허가하는 문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용만 새만금·군산 경제자유구역청 관광본부장은 “관건은 정부의 추진 의지”라며 “경제 자유구역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지정한 구역인 만큼 정부가 주도해 투자여건 개선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팀장
김상수 산업부 차장
▽팀원
정효진 강유현 박창규(산업부)
유재동 김재영 박선희(경제부)
김희균 남윤서(교육복지부)
허진석(문화부) 이정은(정치부)
신광영 기자(사회부)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