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훈 기자
심상치 않은 부부싸움이라고 판단한 1366센터는 112에 신고했다. 5월 2일 시행된 개정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은 경찰이 가족의 동의 없이 가정폭력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천안동남경찰서는 우선 휴대전화 위치추적 시스템이 구축된 소방당국의 협조를 얻어 구조를 요청한 여성의 휴대전화 위치를 확인했다. 그 여성이 전화에서 말한 대로 천안시 구성동 S아파트였다.
경찰은 형사계와 기동대, 관할 파출소 직원 등 30여 명을 동원해 아파트 전 가구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S아파트가 무려 1300채나 되는 대규모 단지여서 ‘남대문에서 김 서방 찾기’였다. 다행히 이 과정에서 신고 여성의 휴대전화 번호를 여성 주민들의 전화에 입력해 보도록 한 방법이 효과가 있었다. 한 아주머니의 휴대전화에서 아들의 친구 전화번호인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방법으로 오전 9시 10×동에서 신고한 A 씨(40)를 찾아내 그를 상습 구타한 남편 B 씨(38)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하지만 이날 경찰이 이동통신사에 휴대전화 소지자의 신원을 조회하지 않은 것은 납득이 안 간다. 동남경찰서 관계자는 “이동통신사 신원 조회는 절차가 복잡하고 때로는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려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통신사 신원 조회는 경찰이 먼저 조회를 신청한 다음 사후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주민 휴대전화에 번호를 입력하거나 호별 방문하는 방법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데다 주민 불편이 심하고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자유스럽지 않은 상황이면 신원 확인 없이 호별 방문했다가 가해자의 말만 듣고 되돌아올 수도 있다. 경찰의 이날 조치는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다음번에도 그대로 적용하긴 무리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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