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위 상 德: 덕 덕不: 아닐 불 德: 덕 덕
그러므로 군주란 나라를 순리대로 조용히 다스려야지 요란을 떨듯 다스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다. 앞에 나서서 설치는 군주야말로 하등(下等)의 군주밖에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좀 더 자신을 깊숙이 감추면서 어리석은(愚) 것처럼 하는 모양새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愚)’란 우매(愚昧)가 아니고 돈후박실(敦厚朴實·돈후함과 소박하고 성실함)의 의미로 천박(淺薄)이나 부화(浮華)와는 거리가 먼 개념이다. 군주가 고유의 덕을 잃지 않고, 새롭고 조화로운 기운을 이룰 수 있도록 부단히 덕을 쌓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즉 한비는 의도적인 다스림보다는 무위의 다스림(無治)을 이루는 것을 최상의 덕으로 보고, 군주가 그런 덕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술(術)로써 통치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임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파격적인 논지를 편 한비는 비록 자신의 사상의 축이 상앙의 ‘법(法)’과 신불해의 ‘술(術)’, 신도의 ‘세(勢)’였지만 그의 가슴에는 노자의 ‘무위자연설’이 깊이 박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한 것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