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식 수석논설위원
광주의 교육경쟁력은 사립학교에서 나온다. 고등학교의 경우 전국적으로 사립고가 947개교, 공립고는 1335개교로 사립고 쪽이 41 대 59 비율로 적다. 하지만 광주 지역은 사립고가 공립고보다 훨씬 많은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사립고가 42개, 공립고가 24개다. 같은 사립고끼리 서로 상대방을 의식하고 앞서려는 분위기가 전반적인 학력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갈수록 벌어지는 공·사립 격차
광주는 다른 대부분의 시도처럼 평준화 체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선지원 후추첨’ 제도를 통해 학교 선택권을 일부 인정해 왔다. 사립고에 우수한 학생이 배정될 확률이 다소 높은 셈이다. 그러나 이 지역의 한 사립고 교장은 “완전 추첨으로 학생을 배정하더라도 사립고가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때문에 학력 격차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전국적으로도 사립고와 공립고의 격차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서울대에 입학한 일반고 출신 신입생 가운데 사립고 출신이 전체의 62.5%, 공립고 출신(국립고 포함)이 37.5%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고교 3년생 가운데 사립고 학생은 전체의 44.6%, 공립고 학생은 55.4%였다. 공립고의 학생 수가 많은데도 서울대 입시 결과는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사립고 출신 신입생 비율이 2010년 55.8%, 2011년 59%로 해마다 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최정예 인력들이 교사로 투입되고 있는 공립고의 부진은 실망스럽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사립고에 배정되면 안도하고, 공립고로 가게 되면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공립학교의 학교폭력이 사립학교보다 3배나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에게는 사립고로 배정되느냐, 공립고로 가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는 중대한 문제다. 공립고의 평판이 나빠지면서 가정 형편이 좋은 학생들이 특목고 등으로 빠져나가고 공립고는 더 황폐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대선 주자 교육구호 누가 믿겠나
미국 뉴욕 시는 올해 2월 공립학교 교사 1만8000명의 전체 순위를 실명(實名)으로 인터넷과 신문 지상에 공개했다. 각각의 교사가 맡은 학생들의 성적이 얼마나 올랐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3년 연속 최상위에 오른 교사에게는 ‘종신 고용’의 혜택이 주어졌다. 2년 연속해서 하위 3분의 1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해고 대상’이 된다. 일본에서는 학생들이 기피하는 공립학교를 통폐합하거나 교장에게 학교 운영의 재량권을 대폭 부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공립학교의 낮은 경쟁력은 기업의 경우 공기업이 사기업에 체질적으로 뒤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립고에도 물론 여러 문제가 존재하고, 사립고 중에도 ‘기피 학교’가 나타나지만 교사들의 책임감과 학생 생활지도, 학업 관리 면에서 사립학교는 많은 강점을 지니고 있다. 사립학교 교사들은 소속 학교를 평생 일해야 할 곳으로 여기지만 공립학교 교사들은 4, 5년마다 근무 학교가 바뀌게 된다. ‘내 학교’와 ‘잠시 머물다 가는 학교’의 차이, 공립학교의 리더십 부재가 교육에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 정책에서 고교 다양화 등 일정한 성과를 거뒀으나 정작 중요한 공교육의 내부 개혁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광주의 사례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공립학교의 추락은 참담할 정도다. 올해 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출마 의사를 밝힌 정치인들이 교육 분야의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은 ‘행복한 학교’를 키워드로 내세웠고,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도 특목고 폐지를 포함한 ‘10대 교육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이 교육과 관련해 내걸었던 거창한 구호가 현실화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비 절반’ 구호가 대표적이다. 그보다는 공립학교 개혁 같은 구체적 문제에서 대안을 보여준다면 국민에게 훨씬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