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위기 대비 ‘準전시 플랜’ 가동
정부는 5일 금융시장 및 실물지표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 체제 가동을 선언하며 가용 수단을 최대한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극심한 상황에서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인 한국 경제가 언제라도 2008년 리먼브러더스 부도 이후의 격랑에 다시 빠져들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 정부, 본격 경제 비상대책 가동 시작
이날 금융시장은 전날 급락 양상에서 벗어나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정부의 대응 태세는 오히려 더 긴박해졌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실물 및 자금시장 점검회의를 열어 ‘집중 모니터링 점검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경제위기 상황 변화를 3단계(시장변동성 확대-실물경기 둔화-급격한 자본유출)로 구분하고 각 상황에 맞는 컨틴전시 플랜을 세워두고 있다. 아직은 이를 실행할 위기단계는 아니지만 사전적인 단계로 대응을 하겠다는 것. 활용 가능한 정보 자원을 총동원해,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통화금융대책반 비상대책회의에서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국내 외환시장 안정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민간 영역에서도 글로벌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비관론이 쏟아졌다. 강태영 포스코경영연구소 소장은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가계부채 부담 증가, 수출 및 소비 위축 등이 국내 경기 회복을 제한할 것”이라며 ‘상저하저’ 경기 흐름을 예상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유럽이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중국도 부동산 가격 급락 등으로 경기 둔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4년 만에 현실로 다가온 위기
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위기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상 가는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당시와 비교해 현 상황이 얼마나 더 나쁜 건지,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외환 사정이 그때보다 낫다고 안심하기에는 안팎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집중 모니터링 체제를 선언한 정부는 4년 전에 폈던 정책 중 현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가능성이 높은 정책 중 하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다. 재정부는 7일 새누리당과 공약추진 점검단회의를 열고 하반기 경기활성화 대책을 아우르는 경제 상황 전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추경 편성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새누리당과 정부 어느 쪽에서도 말을 꺼내지 않고 있지만 올해 성장률이 3% 이하로 추락할 가능성이 예측될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든 검토될 여지는 충분하다. 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없다”면서도 “유럽 사태가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가서 2008년과 비슷한 상황이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