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자살 고교생 가입한 축구동아리, 폭력서클 가능성” 가해학생 2009년부터 경기중 실수하면 폭행 학교 “동아리 전수조사”
‘대구 고교생 자살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 수성경찰서는 숨진 김모 군이 회원으로 활동한 축구 동아리가 폭력서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김 군이 자살 당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옥상으로 올라간 뒤 2시간 40분 동안 머물며 자살을 고심했던 사실도 추가로 밝혀냈다.
경찰은 5일 “축구 동아리 회원 등 8명을 조사한 결과 가해학생 A 군이 2009년 4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최근까지 김 군이 경기를 하다 실수를 하면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다리를 차는 등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 군은 주로 골키퍼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동아리는 2010년 김 군이 중학교 2학년 때 친목 형태로 스페인 축구클럽 FC 바르셀로나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현재 18명이 활동하고 있다. 축구 연습을 하면서 실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서열이 생긴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A 군이 이때부터 김 군에게 자신의 가방을 들게 하거나 경기 도중에는 물을 떠오라고 시키는 등 일방적인 지시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김 군은 올 1월 썼던 글에서 “거의 매일 너무 많이 맞아 힘들다. 많은 애들이 여러 심부름을 시켜 힘들다”고 했다. 김 군의 아버지(44)는 “주말 동아리 모임을 다녀오면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녹초가 돼 숙제도 못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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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다른 회원 4명을 추가로 불러 A 군이 동아리에서 서열이 어느 정도였는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또 사망 당일 김 군의 행적과 휴대전화 통화 기록 등을 조사해 다른 회원이 김 군을 괴롭히거나 때린 사실이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군은 자살 당일 오전 A 군과 함께 축구를 하고 PC방에 들러 온라인 게임을 한 뒤 함께 나와 귀가했다. 두 사람의 이용요금 3400원은 김 군이 냈다. 또 김 군은 오후 4시 5분경 집에서 나와 25분 뒤 승강기를 타고 아파트 최고층인 15층에서 내려 옥상에 올라간 뒤 오후 7시 5분경 투신해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내려오는 장면이 없고 전화기도 집에 두고 왔기 때문에 2시간 40분가량 혼자 고민하다 자살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A 군은 우울증과 극도의 공포증세를 보여 이날 대구시내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