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시승 평가 ‘스포츠동아 리얼 테스트 드라이브’를 기획했다. 3명의 전문가들이 각각 한계 주행, 스포츠 주행, 일반 주행이라는 타이틀에 맞춰 입체적인 평가를 한다. 같은 자동차라 해도 이를 모는 운전자의 실력과 성향에 따라 시승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일반 도로는 물론이고 레이싱 서킷이라는 극한의 공간 속에서 차량의 운동 성능, 코너링, 브레이크, 핸들링 등 각종 성능을 종합 평가한다. 독자들이 신차를 선택할 때 참고해도 좋을 내용들이다. 첫 회 시승은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1.6터보’다.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1.6 터보(자동변속기) 3인3색 시승기
세계적인 투어링카 모터스포츠 대회인 WTCC(월드투어링카챔피언십)와 WRC(월드랠리챔피언십) 등에서는 1.6 터보 모델이 대세다. 세계 최고의 모터스포츠 대회인 F1도 2014년이면 1.6 V6 터보 모델로 바뀐다. 저배기량 고출력을 지향하는 것이 친환경시대의 대세이기 때문. 벨로스터 1.6 터보는 이런 흐름에 맞춰 출시된 모델이다.
지난해 3월 현대차가 스포츠 해치백(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으며 트렁크에 문을 단 승용차) 벨로스터를 처음 출시했을 때 20~30대 드라이버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인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기대 이하’의 엔진 성능이 문제였다. 아반떼와 같은 140마력 1.6 감마 GDi 엔진으로는 디자인에서 받은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현대차에서는 4월 국산 준중형급 모델 중 최초로 터보 엔진을 탑재한 1.6터보 모델을 새롭게 출시했다. 최고출력은 140마력에서 204마력으로, 최대토크 역시 17.0kg/m에서 27.0kg/m으로 늘었다.
▲한계주행=프로레이서 장순호 “탁월한 직진성, 코너링 보완해야”
가속 성능은 동급 차종에 비해 손색이 없다. 변속기도 저단에서 가속이 빠르게 느껴지도록 세팅되어 있다. S(스포츠주행 또는 패들시프트)모드에서 기어 변속 반응도 빨라 스포츠 드라이빙의 느낌이 잘 전달된다. 서킷 테스트에서 직진 가속 능력은 탁월했지만, 코너를 빠져나올 때는 서스펜션의 불안정한 균형 문제로 빠른 가속을 하기 어려웠다.
코너링에서도 다소 불안했다. 스포츠 해치백을 표방했지만 일반 세단과 비슷한 수준의 언더스티어(고속 코너링시 차량 앞쪽이 코너 밖으로 밀려 나는 현상)가 발생해 핸들링이 다소 떨어진다. 물론 이는 전륜 구동(FFㆍfront engine front drive) 차량의 전형적인 특성이긴 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상황을 결코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서킷에서 극한의 상황까지 주행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반응이기 때문이다. 일반도로라면 반대로 운전자의 불안감을 줄여줄 수 있는 운동 특성(코너링 한계를 넘어섰을 때 뒤쪽이 미끄러지는 것보다는 앞쪽이 미끄러지는 것이 불안감이 더 적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해치백 차량의 불안정한 하중이동 특성(무게 중심이 앞뒤로 움직여야 하는데, 앞뒤로 움직이지 못하고 차량 뒤쪽이 바닥으로 많이 주저 않는 현상)을 보완하지 못한 채 출시된 것은 안타까웠다. 이 차로 하드 드라이빙을 즐기길 원한다면 서스펜션 업그레이드(더 강한 서스펜션을 사용해 차량 뒤쪽이 주저앉지 않도록)를 권장하고 싶을 정도다.
▲스포츠 주행=김기홍 편집장 “운전의 재미 갖춘 차”
국산 준중형급 모델 가운데 ‘운전의 재미’는 단연 최고다. 204마력이라는 높은 출력이 말해주듯 풀가속하면 몸이 뒤로 젖혀질 정도다. 몸이 좌우로 흔들리지 않도록 버킷 시트가 허리와 어깨 등 몸 전체를 감싸주는 느낌도 안정적이다. 스포츠주행을 원한다면 D모드 보다 S모드나 핸들에 장착된 패들 시프트를 사용해 달리면 더 흥미롭다. 1~3단까지 연속해서 6000rpm까지 밟자 가속 후 쭉쭉 뻗어나가는 직진 가속감이 짜릿하다. 가속능력 만큼은 동급 혹은 그 이상의 스포츠 쿠페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고단에서 저단으로 기어를 수동으로 변속할 때 나타나는 거친 진동은 다소 불쾌한 느낌이다. 시속 150km 이상에서의 급제동시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쏠리자 리어가 살짝 흔들린다. 차량 앞부분의 롤링현상(앞뒤로 흔들리는 현상)도 다소 불안하다. 서스펜션의 충격 흡수 능력도 기대에 못 미친다. 승차감 자체가 하드한 편은 아니지만, 불규칙한 노면의 충격이 운전자에게 그대로 느껴진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의 브레이크 내구성과 코너링을 좌우하는 서스펜션의 노하우는 부족해 보인다.
김기홍= 카트, 포뮬러 1800, 투어링카 등 다수의 국내 자동차경주 대회 출전. 모터스포츠 전문 온라인매거진 지피코리아(GPKOREA.COM) 편집장.
▲일반 주행=원성열 기자 “20대의 로망 채워줄 차”
차량 앞부분을 강조한 육각형 그릴, LED 조명, 듀얼머플러, 18인치 휠과 디퓨저(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장치) 등을 장착한 벨로스터 1.6터보는 디자인과 편의사양에서의 부족함이 없다. 과연 얼마나 잘 달릴 지가 관건이다. 일반 도로에서 확실히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이다. 다소 거칠지만 힘이 있는 스무살 청년의 패기가 느껴진다고 할까.
하지만 스포츠 주행을 하면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차는 아니다. 노면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점과 고속 주행시의 소음이 다소 거슬린다. 국내 모 케이블 TV 방송에서 미니 쿠퍼S(제로백 7.3초)와 펼친 드레그레이스(400m의 짧은 직선도로에서 속도를 겨루는 경주)에서 간발의 차로 패했을 만큼 직진 가속 성능은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가속력이 차량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못한다. 전체적인 안정감이나 코너링시 도로에 착 달라붙는 맛에서는 폭스바겐 골프 2.0 GTD(4180만원, 제로백 8.1초)나 BMW 미니 쿠퍼S(3910만원)를 상대하기에 역부족이다. 다만 1천만 원 이상의 가격차를 고려했을 때는 수긍할 만하다. 평균 연비도 기대에 못 미친다. 공인연비는 11.8km지만 S모드로 스포츠 주행을 하며 일반 도로와 고속도로를 100km 이상 주행해 본 결과 연비는 7~8km 수준이다. 하지만 20~30대 초반의 예비 오너들이 생애 첫 차로 벨로스터 1.6터보를 고려하고 있다면 꿈꾸던 드라이빙의 즐거움과 로망을 상당부분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성열=스포츠동아 자동차 담당 기자. 한국자동차경주협회 드라이버 C라이센스 보유.
배기량 : 1591cc
연료 : 가솔린
연비 : 자동 11.8km/¤, 수동 12.6km/¤
최대출력 : 204 마력
승차인원 : 4인승
구동방식 : 전륜구동
변속기 : 자동 6단, 수동 6단
엔진 : 1.6 GDI 터보
가격 : 자동 2345만원, 수동 2195만원
0-100km 도달시간(제로백) : 7.4초
●장순호 드라이버의 ‘스포츠동아 서킷’ 테스트 기록
서킷 특징= 중저속 코너로 이루어져 있으며 헤어핀코너와 S자 연속코너가 많아서 차량의 코너링 성능에 따라 기록 차이가 많이 나는 서킷이다. 서킷 길이 1바퀴에 3km.
스탠딩 스타트(정시 상태에서 출발) 서킷 랩타임 = 1분50초61
테스트 날짜 : 5월31일/ 날씨 : 맑음/ 온도 : 섭씨 23도/ 서킷 테스트 시간 : 오후 1시
●세부 항목별 평가표(별 5개 만점)
디자인 ★★★★
편의성 ★★★
안전성 ★★
출력(마력, 제로백) ★★★★
코너링 ★★
핸들링 ★★★
가격 만족도 ★★★☆
종합 만족도 ★★★☆
[스포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