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명 안팎의 직원들이 일하는 거대 조직인 시중은행들이 연공서열 위주의 획일적인 인사 관행을 깨고 '원 샷(one shot)' 인사, 사내(社內) 인력 박람회 등 새로운 인사혁신을 도입하고 있다. 그간 은행권 인사가 학연 및 지연에 휘둘린 측면이 적지 않았는데, 금융업계가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보수적인 기업 문화에 일정부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투명한 인사 관행 정착시키기
기업은행은 올해 초 일반 행원부터 부행장까지 총 1910명의 승진 및 이동 인사를 단 하루에 끝내 '원 샷 인사'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이 은행은 7월 15일경 두 번째 원 샷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종전에는 본부장급 이상 임원 인사와 지점장 이하 일반 직원 인사를 최소 일주일에 걸쳐 나눠 진행했다. 인사 기간에는 인사청탁이 적지 않고, 일손이 잡히지 않아 '개점휴업'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폐단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올 1월 원샷 인사에 대한 반응이 좋아, 하반기 정기인사에도 이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인사 불만을 줄이고, 사내 인재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했다. 다음주에 발표되는 약 700 명의 합격자들은 7월 초 하반기 정기인사를 비롯해 향후 본부 부서에 결원이 생기면 우선적으로 배치된다.
●영업점 직원 우대하고 핵심 인력 맞교환
우리은행은 본점 직원보다 영업점 직원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영업점 근무 직원의 불만을 다독이고 있다. 상반기 정기인사에서는 본부 인원 1600여 명의 5%에 해당하는 80명을 영업점으로 내보냈고, 직원들이 선호하는 해외지점 근무자는 대부분 영업점 출신으로 채웠다. 과거에는 해외지점 근무자의 절반 이상이 본부 출신일 때가 많았지만 올해 해외지점 근무자 36명 중 35명이 영업점 출신이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영업점의 업무 추진비를 종전보다 50% 늘렸고, 본점이 갖고 있던 금리 전결권을 영업점에 넘겨주는 등 '영업점 우대' 인사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인사관리(HR) 컨설팅회사인 머서코리아의 박형철 대표는 "'가장 유능한 사람(the best)'이 아니라 '해당 업무에 가장 알맞은 사람(best fit)'을 배치하는 방향으로 조직관리의 근간이 바뀌고 있다"며 "은행처럼 대규모 직원이 오랜기간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회사일수록 사내 인력정보 관리와 인력배치가 지금보다 더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정민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