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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 회사가 개념을 만든 승자의 저주
석유 시추권을 놓고 여러 기업이 경합을 벌일 때 석유가 적게 매장돼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기업은 입찰 가격을 낮게 부를 것이고 석유 매장량이 많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기업은 입찰 가격을 높게 부를 것이다. 당연히 경매에서는 가격을 높게 부른 기업이 승리한다. 과연 실제 매장량은 어떨까.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추정하는 매장량의 평균 정도가 될 것이다. 따라서 낙찰 받은 기업은 승자가 되기는 했지만 막상 시추를 해본 다음에는 자신의 예상보다 석유가 적게 나와 손실을 입을 확률이 높다. 이것이 바로 승자의 저주다.
○ 승자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2010년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은 샌드라 불럭은 수상 이후 남편의 외도 때문에 이혼했다. 2009년에 영화 ‘더 리더’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트 윈즐릿도, 영화 ‘앙코르(Walk The Line)’로 2006년 여우주연상을 받은 리스 위더스푼도 수상 후 이혼했다. 힐러리 스왱크, 줄리아 로버츠, 핼리 베리, 기네스 팰트로, 샬리즈 시어런 등도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은 후에 배우자 혹은 연인과 결별했다. 최근 12년간 무려 9명의 배우가 오스카의 저주의 희생자가 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오스카상을 받은 후 여배우들의 지위가 갑자기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남자 배우자가 부인의 성공에 스트레스를 받아 외도를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부인의 바빠진 일정 때문에 가족과 멀어져 결혼 생활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스카의 저주’와 같은 승자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승자가 되고 나서 이루려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잘 따져야 한다. 현재 자신이 속한 기업이 목표로 했던 기업을 인수했을 때 전략상 부합하고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나는지 봐야 한다. 특정 기업을 인수하는 데 실패한 뒤 확보돼 있는 자금으로 충분한 고려 없이 다른 기업을 인수했다가 실패한 경우는 많다.
둘째, 승자가 되기 전 자신의 상황을 잘 판단해야 한다. 기업은 인수합병에 나서기 전에 자금 상황이 충분치 않은데 무모하게 시도하는 것은 아닌지 잘 판단해야 한다. 셋째, 승자가 되는 과정에서 지나친 부정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경쟁 과정에서는 역량 있는 경쟁자와의 치열한 공방전이 불가피하다. 이럴 때 비열한 방법을 쓰면 승자가 될 수는 있으나 그 후유증이 커질 수 있다. 넷째, 승자가 된 다음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승자가 되기 전에 미리 생각해둬야 한다. 인수 후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의 문화가 충돌하거나 의사소통이 부족해 직원들이 전직해 버린다면 시너지는커녕 인력 손실이 불가피하다.
○ 계영배를 주위에
과거 중국 춘추시대의 오패(五(패,백)) 중 한 사람인 제나라 환공은 술잔에 술을 가득 채울 수 없도록 한 계영배(戒盈杯)를 애용했다. 술잔을 7할까지 채울 때는 괜찮지만 그 이상을 채우면 술이 밑구멍으로 빠져나가는 술잔이었다. 과욕을 자제하기 위해 환공은 계영배를 늘 곁에 두고 봤다고 한다. 평소에 욕심이 넘친다고 생각하면 승자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영배를 주위에 두면 좋을 것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컨설팅 대표이사 mjkim8966@hanmail.net
정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이 기사의 전문은 DBR 106호(6월 1일자)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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