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휴대전화를 사려는 소비자들은 판매사원의 설명을 구하기보다는 아이폰이나 갤럭시S를 달라고 먼저 말한다. 인터넷사이트나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용담을 충분히 접하고 무얼 살지 마음을 정한 다음에야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자가 제공하는 제품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사용해본 경험과 타인의 의견을 구매의 기준으로 삼는 현대의 소비자를 ‘유저머(usumer)라 부른다. 사용자(user)와 소비자(consumer)를 결합해 만든 조어다.
원시시대의 인간은 자기가 사용할 물건을 직접 만드는 생산자 겸 소비자였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이 일반화되면서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알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생산자가 제공하는 제품 정보와 마케팅, 광고에 의존하고 기껏해야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의 사용 경험을 공유하는 수준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현대의 유저머는 기업의 식상한 마케팅 문구보다는 자신과 다른 유저머의 직접 경험을 더 중시한다.
유저머를 사로잡으려면 무엇보다도 사람에 대한 이해와 통찰이 필요하다. 제품을 무슨 색으로 할지, 전화기 버튼을 어떻게 배치할지는 임원들의 큰 관심사가 아니지만 사용자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애플은 제품 생산과정의 대부분을 중국으로 아웃소싱하지만 디자인만은 최고경영자가 사소한 부분까지 직접 챙긴다. 한국의 몇몇 대기업도 몇 년 전부터 사용자 경험을 경영의 주요 화두로 삼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기업 경영자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밖을 잘 보지 않고 제한된 사람들만 만난다. 고객의 내면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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