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외부의 지식과 기술을 흡수하기 위한 인수합병(M&A)을 시도할 때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기술 소화성(technology digestibility)’이다. 이는 1988년 네덜란드 틸뷔르흐대의 예안프란코이스 헤나르트 교수가 주창한 개념이다.
기술 소화성이 높은 기업은 피인수 기업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기술을 흡수할 수 있으며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기술적 M&A를 통해 피인수 기업의 자원에 무제한 접근할 수 있다고 해서 그걸 모두 가지고 올 수 있는 건 아니다. 튼튼한 기본기가 없다면 많은 돈을 투자해 M&A를 단행했다 해도 피인수 기업의 기술을 충분히 흡수할 수 없다. 설령 흡수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도 많다. 지난 1994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가 인수를 고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제조사인 맥스터를 인수했다. 하지만 피인수 회사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향후 활용 방법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단지 경쟁자에게 뒤처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M&A를 무리하게 진행하면 성과를 내기 힘들다.
기술 소화성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철저한 ‘지피지기(知彼知己)’ 전략이 필요하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피인수 기업을 충분히 알고 있어야 기술을 효과적으로 흡수해 성과를 낼 수 있다. 이와 함께 피인수 기업의 핵심 인력을 유지하는 것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지식 저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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