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동호회원 “너 죽으려는거 아니지”… 김군 “나오래요, 때리겠죠”마지막 카톡서 두려움 호소
“오늘 다 끝날 듯하네요. 제가 죽든, 도망가려고요.”(김 군)
“꼭 싸워야겠냐.”(B 씨)
“무슨 이유로.”(B 씨)
“깝쳤대요.(깝죽거렸다는 의미로 추정)”(김 군)
친구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 군(16)이 자살 당일인 2일 오후 인터넷 축구게임 동호회원과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다. 중1 때부터 자신을 괴롭혀온 A 군(16)이 자신을 불러낸 것에 대한 두려움이 주된 내용이다. 김 군은 또 “그냥 애초에 엮이지 않았더라면…”이라며 가해학생인 A 군과의 만남을 후회했다. 김 군은 중학교 1학년이던 2009년 4월 같은 반 A 군에게 맞은 뒤부터 최근까지 끌려 다녔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군은 A 군과 이날 오전 7시부터 1시간 20분가량 축구를 했다. 이후 PC방으로 옮겨 일대일로 하는 온라인 축구게임을 했다. 평소 비슷한 점수차로 승패가 갈린 것과 달리 이날은 8-1로 김 군이 졌다. A 군은 게임을 성의 없이 했다며 친구 3명이 보는 앞에서 김 군에게 욕을 퍼부었다. 김 군은 “아이 씨”라며 싫은 내색을 했다. 이후 집으로 돌아온 김 군은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과 카카오톡으로 2시간 동안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대화를 나눴다. 오후 4시 5분경 집을 나온 김 군은 인근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2시간 반가량 고민하다 7시 5분경 투신했다.
경찰은 이날 두 차례 A 군의 집을 찾아 조사를 시도했지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아들이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잔다며 부모가 조사 연기를 요청해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A 군이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기로 한 7일 이후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군은 6일 화장된 뒤 경북 영천 은해사에 수목장으로 안치됐다. 김 군의 관에는 새로 산 축구화와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 그리고 5일 아버지와 함께 가기로 했던 축구경기 표가 올려져 있었다. 김 군의 아버지(44)는 “아들이 메모에 남긴 것처럼 가해 학생을 법대로 처벌해 달라”고 말했다.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