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에 건립 추진 전사자 추모시설예산 대폭 삭감… 후보지도 전면 재검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을 기리는 ‘꺼지지 않는 불’을 내년 현충일에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점화할 계획이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8월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희생을 되새기는 마음을 갖도록 하자며 이 같은 내용의 ‘호국보훈의 불꽃’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워싱턴 알링턴국립묘지의 ‘영원한 불꽃’이나 프랑스 파리 개선문광장의 ‘기억의 불꽃’처럼 365일 24시간 타오르는 현양시설을 세우겠다는 내용이었다. 2010년 말 이재오 당시 특임장관이 트위터를 통해 처음 제안한 불꽃시설 건립 아이디어가 여론의 큰 호응을 얻자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재가했다고 보훈처는 설명했다.
하지만 현충일인 6일 호국보훈의 불꽃은 점화되지 않았다. 보훈처는 아직도 건립 후보지를 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은 지난해 국회에서 불꽃시설의 건립 예산이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다.
보훈처는 지난달 말 불꽃시설의 건립 후보지 선정을 위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8만여 명이 참가한 온라인 투표를 실시해 조만간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후보지는 국회의사당과 전쟁기념관, 서울현충원, 광화문광장, 청계광장, 서울광장, 여의도광장 등 7곳이다.
하지만 건립 후보지가 결정돼도 곧바로 건립에 착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청계·서울·여의도·광화문 광장 가운데 1곳이 건립 후보지로 결정될 경우 서울시의 내부 심의를 거쳐 서울시장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착공할 수 있다.
보훈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불꽃시설을 건립할 경우 관리상 문제가 적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처 관계자는 “서울시내 4개 광장 가운데 1곳이 건립 후보지로 선정될 경우 서울시 등 관계기관과 최대한 협의해 내년 현충일엔 꼭 호국보훈의 불꽃이 타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