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제작된 흑백영화 ‘돈키호테’. 동아일보DB
우리의 기억에 가장 유쾌하게 남은 광인이 바로 돈키호테이다. 중세의 암흑기가 막바지로 향해가던 17세기에 집필된 이 작품은 ‘광기’를 전면에 등장시켰다. 후대의 평가는 이 작품을 단순한 풍자소설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 ‘광기의 역사’를 집필한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돈키호테를 ‘최초의 근대인’이라고 명했고, 프랑스의 비평가 알베르 티보데는 ‘진정으로 인간을 그린 최초 및 최고의 소설’이라고 격찬했다. 결국 깊은 침묵 속에서 중세의 암흑을 견뎌야 했던 사람들은 돈키호테의 광기를 통해 억압적인 틀에서 솟아나 근대로 가는 비상구를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제정신’만 가지고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고 용기를 내기에 역부족이다. 광인을 감금하기 위한 정신병원이 이 시기에 생겨난 것은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막기 위한 중세의 마지막 몸부림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돈키호테의 광기가 중세 암흑기의 틀을 넘어서려는 노력이라면, 지금 우리가 재발견하고 투자해야 할 광기는 이성의 시대를 넘어 창의성의 시대로 진일보하려는 노력이 된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한 직원이 지은 ‘미친 사람들을 위해 바치네’라는 시를 무척 좋아했다. “미친 사람들에게 축배를 들자. 매개자, 반역자, 말썽꾸러기. 사람에 따라서는 그들을 미쳤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들을 천재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남훈 경제경영 전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