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는 중국인 발길, 10년 복수비자로 잡자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중국인들이 한국 비자를 만들려면 내야 하는 서류 종류만 9종에 달했다. 두툼한 비자 신청 서류를 내고도 보름 정도 지나서야 겨우 발급받았다. 당시에 비하면 최근 우리나라의 중국인 대상 비자제도는 문턱이 낮아진 편이다
과거 부유층에만 발급해주던 복수비자 발급 대상을 중산층까지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복수비자는 비자 유효기한인 3년 내에는 무제한으로 한국에 입국할 수 있다. 연간 소득 25만 위안(약 4630만 원) 이상 신청자에게만 발급해주던 것을 2010년 6만 위안(약 1110만 원)으로 기준을 크게 낮췄다.
▼ 의료관광 중국인 “10번 가려다 매번 비자 받아야해 포기” ▼
하지만 중국인들이 꼽는 불만 1순위는 비자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3년 이내 다시 한국을 찾겠다’는 중국인은 만족도 5점 만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3.82점으로 조사됐다. 비자 없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일본인(3.94점)이나 미국인(4.23점)보다 낮았다. 이는 단체관광객이나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일반인의 경우 매번 한국을 찾을 때마다 90일짜리 단수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 불편함 때문으로 분석된다.
○ 10년 복수비자 허용을
비자발급 기간 단축에 대한 민원도 많다. 지금도 3, 4일이면 비자가 나오지만 한중 교류가 많은 만큼 발급 기간을 더 단축해 달라는 것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런 요구는 사실상 복수비자 발급을 대폭 늘려 달라는 것이고 한국의 비자 정책도 이런 쪽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3년인 복수비자의 유효기한을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학부 교수는 “한국은 중국과 가깝고 항공운임도 싸 기업 단체여행이나 부자들의 별장지로 적합하다”며 “고급 관광 수요를 잡기 위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대상에게는 10년 복수비자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예 무비자를 허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제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8년 2월부터 중국인을 대상으로 무비자로 입국을 허용하고 있는 제주는 요즘 중국인 특수를 맞고 있다.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57만247명으로 무비자 제도를 시행하기 이전인 2007년 17만6878명에 비해 약 3배로 늘었다.
무비자를 시행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엔 재중동포만 192만 명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한다. 이들이 무비자로 쏟아져 들어오면 한국 노동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입국 문턱이 낮아짐에 따라 국내에 중국인 불법체류자도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국내 중국인 불법체류자는 6만7126명이다. 전체 중국인 체류자 70만2851명의 9.6%를 차지한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무비자 도입으로 관광산업이 활기를 띠면서 일자리를 만들지만 중국인의 국내 취업 증가로 일자리를 빼앗기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치안 불안 가능성도 있다.
주영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비자는 국가 상호 간의 협정으로 우리나라만 무비자로 푸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전면 무비자를 실시한다면 관광객 1명을 유치하는 것보다 불법체류자를 관리하는 비용이 더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무비자보다는 10년 복수비자 발급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10년 복수비자 시행으로도 불법체류자는 늘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보완책으로 ‘외국인거주등록제’를 꼽는다. 주로 중국 등 사회주의권 국가에서 시행하는 외국인거주등록제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머무는 숙박업소 업주나 임대인에게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가 외국인의 거주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 불법체류를 막는 효과가 있다.
▽팀장
김상수 산업부 차장
▽팀원
정효진 강유현 박창규(산업부)
유재동 김재영 박선희(경제부)
김희균 남윤서(교육복지부)
허진석(문화부) 이정은(정치부)
신광영 기자(사회부)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