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란 무엇일까요?
서울지방경찰청의 전문 감식요원들이 최첨단 장비를 갖춘 ‘다기능 현장증거 분석실’에서 지문을 채취하고 있다. 지문은 범인을 찾아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단서 중 하나다. 연합뉴스
과학수사는 과학적 지식과 과학기구, 과학적 시설을 이용해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하는 수사를 말해요. 그리고 과학수사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생물학 화학 물리학 생화학 독물학 혈청학 범죄학 같은 학문을 법과학(forensic science)이라고 하죠.
지문으로 어떻게 범인을?
수사관이 현장에 가서 빼놓지 않고 채취하는 것이 바로 지문이에요. 범인을 잡는 데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왜 지문을 이용할까요?
지문은 손가락 끝마디 안쪽에 있는 피부의 무늬입니다. 손가락을 단단한 물체에 대고 누르면 표면에 그대로 자국으로 남아요. 지문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고 평생 모양이 변하지 않죠. 똑같은 지문을 가질 확률은 640억 분의 1밖에 안 됩니다. 유전자가 거의 비슷한 일란성 쌍둥이도 지문은 달라요. 아직까지 지문이 똑같은 사람이 발견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현장에서 범인의 지문을 채취해 일치하는 사람을 찾으면 바로 그가 범인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되는 거죠.
지문은 어떻게 채취할까요? 현장에 출동한 과학수사요원은 지문이 남아있을 법한 물건을 찾아요. 물건 위에 지문 채취용 분말을 묻힌 다음 솔로 문지르면 지문이 점점 또렷하게 나타나요. 채취용 스티커로 세심하게 떠낸 후,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으로 지문을 대조해서 지문의 주인을 찾아내죠.
핏자국에 숨겨진 비밀
범죄 현장에 떨어진 핏자국도 상당히 중요한 증거물이에요. 피해자나 범인의 혈액형은 물론이고, 유전자 분석을 통해 범인을 확실하게 알 수 있게 해 주거든요. 그뿐만 아니라 떨어진 핏자국의 모양이나 크기, 위치를 잘 분석하면, 피해자가 어떻게 피를 흘리게 됐는지, 몇 번이나 충격을 당했는지를 알 수 있어요. 피해자가 피를 흘리며 이동한 방향, 범인이 범행에 사용한 도구의 종류, 범인이 도구를 사용한 손, 범인과 피해자의 상대적인 위치도 확인할 수 있어요.
루미놀은 화학물질로 철과 반응하니까 지워진 핏자국을 찾아내는 데 쓰여요. 루미놀 용액을 과산화수소수와 섞고 핏자국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물체에 분무기를 이용해 뿌려줘요. 그럼 루미놀 용액이 피의 적혈구 안의 색소인 헤모글로빈의 철과 만나 형광 빛을 내기 때문에 핏자국이 있는 곳을 확인할 수 있어요. 루미놀은 보통 몇만 배에서 몇십만 배로 희석된 핏자국도 검출할 수 있어요. 양동이에 담긴 물에 한 방울의 혈흔이 떨어져도 감지해 낼 수 있는 정도죠.
DNA는 디옥시리보핵산의 줄임말로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을 말해요. 우리 몸의 세포 안에는 핵이 있어요. 그 안에 막대기 모양의 염색체가 있는데 거기에 DNA가 있죠.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DNA
DNA는 우리 몸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세포 안에 들어있어서 머리카락 한 올만 있어도 충분히 검사할 수 있어요. 현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핏자국, 체세포, 땀, 침, 비듬까지도 아주 중요한 증거물이 될 수 있죠.
사람의 DNA는 대부분 비슷해요. 하지만 전체 DNA 중 0.01% 정도, 즉 수천 개의 유전자 가운데 13∼14개의 유전자는 사람마다 모두 달라요. 이 특별한 유전자를 ‘유전자 표지’라고 하는데 DNA 검사를 할 때는 바로 이 유전자를 집중적으로 분석해서 비교해요. 먼저 세포핵을 둘러싸고 있는 단백질 등의 물질을 없앤 뒤, 유전자 표지를 분석해 같은 DNA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거죠.
재미있는 ‘과학수사 체험교실’
이제 진짜 과학수사관이 되어 볼까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과학수사 체험교실’을 운영합니다. 형광분말을 이용한 지문 현출, 루미놀을 이용한 혈흔 찾기, 거짓말 탐지 체험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매달 3회 정도 운영하니 홈페이지(www.nfs.go.kr)를 통해 신청하고 참여해 보세요.
인천 광주 전북의 지방경찰청도 과학수사(CSI) 체험교실을 운영합니다. 경찰박물관(www.policemuseum.go.kr)은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직업체험교실을 개설했습니다. 여름방학에 진짜 과학수사관이 되는 멋진 체험을 해 보세요.
고희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