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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범인 잡는 ‘과학’… 셜록 홈스가 되어 볼까요

입력 | 2012-06-07 03:00:00


CSI. 범죄현장수사(Crime Scene Investigation)의 약자입니다. 과학수사요원을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최근의 드라마나 영화, 책에는 과학적 지식을 이용해 범죄사건을 멋지게 해결하는 CSI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어요. 그 인기에 힘입어 과학수사요원을 꿈꾸는 친구도 많은데요. 동아일보 4월 23일자 A31면에 서울 용산경찰서 과학수사팀 김재원 경위의 이야기가 실렸네요. 그럼 과학수사가 무엇인지, 과학적 지식을 실제 수사에 어떻게 쓰는지 알아보고, 직접 과학수사요원이 되는 멋진 체험을 해볼까요.

과학수사란 무엇일까요?


서울지방경찰청의 전문 감식요원들이 최첨단 장비를 갖춘 ‘다기능 현장증거 분석실’에서 지문을 채취하고 있다. 지문은 범인을 찾아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단서 중 하나다. 연합뉴스

프랑스의 범죄학자 에드몽 로카르는 ‘모든 접촉하는 물체는 서로에게 흔적을 남긴다’는 말을 남겼어요. 범인이 남긴 지문뿐 아니라 혈흔, 머리카락, 담배꽁초, 심지어 비듬까지도 중요한 증거물이고, 이를 여러 가지 과학 원리를 이용해 잘 분석하면 범인에 대한 많은 단서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관들은 제일 먼저 사건 현장에 남은 증거나 정보를 모아요. 바로 이때부터 과학수사가 시작되죠.

과학수사는 과학적 지식과 과학기구, 과학적 시설을 이용해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하는 수사를 말해요. 그리고 과학수사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생물학 화학 물리학 생화학 독물학 혈청학 범죄학 같은 학문을 법과학(forensic science)이라고 하죠.

로카르는 작은 증거물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수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세계 최초로 법과학감정소를 세웠어요. 그래서 별명이 ‘프랑스의 셜록 홈스’였죠. 그 후 많은 국가가 로카르의 법과학감정소와 같은 법과학실험실을 설립했어요. 우리나라에도 1955년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설립됐어요. 지금은 법의학, 약독물, 문서감정, 범죄심리, 교통공학분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감정을 하고 지문이나 족 흔적, 거짓말탐지기, 몽타주, 폐쇄회로(CC)TV 판독은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서 담당합니다.

지문으로 어떻게 범인을?


수사관이 현장에 가서 빼놓지 않고 채취하는 것이 바로 지문이에요. 범인을 잡는 데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왜 지문을 이용할까요?

지문은 손가락 끝마디 안쪽에 있는 피부의 무늬입니다. 손가락을 단단한 물체에 대고 누르면 표면에 그대로 자국으로 남아요. 지문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고 평생 모양이 변하지 않죠. 똑같은 지문을 가질 확률은 640억 분의 1밖에 안 됩니다. 유전자가 거의 비슷한 일란성 쌍둥이도 지문은 달라요. 아직까지 지문이 똑같은 사람이 발견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현장에서 범인의 지문을 채취해 일치하는 사람을 찾으면 바로 그가 범인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되는 거죠.

지문은 어떻게 채취할까요? 현장에 출동한 과학수사요원은 지문이 남아있을 법한 물건을 찾아요. 물건 위에 지문 채취용 분말을 묻힌 다음 솔로 문지르면 지문이 점점 또렷하게 나타나요. 채취용 스티커로 세심하게 떠낸 후,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으로 지문을 대조해서 지문의 주인을 찾아내죠.

핏자국에 숨겨진 비밀


범죄 현장에 떨어진 핏자국도 상당히 중요한 증거물이에요. 피해자나 범인의 혈액형은 물론이고, 유전자 분석을 통해 범인을 확실하게 알 수 있게 해 주거든요. 그뿐만 아니라 떨어진 핏자국의 모양이나 크기, 위치를 잘 분석하면, 피해자가 어떻게 피를 흘리게 됐는지, 몇 번이나 충격을 당했는지를 알 수 있어요. 피해자가 피를 흘리며 이동한 방향, 범인이 범행에 사용한 도구의 종류, 범인이 도구를 사용한 손, 범인과 피해자의 상대적인 위치도 확인할 수 있어요.

때로는 범인이 범행을 감추기 위해 핏자국을 물이나 걸레로 닦아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2008년 발생한 안양 초등학생 유괴 살인 사건의 범인도 시신을 옮긴 차량의 트렁크에 남아있던 핏자국을 깨끗하게 지워 버렸어요. 하지만 경찰은 트렁크에 루미놀 반응 검사를 해서 핏자국을 찾아냈지요.

루미놀은 화학물질로 철과 반응하니까 지워진 핏자국을 찾아내는 데 쓰여요. 루미놀 용액을 과산화수소수와 섞고 핏자국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물체에 분무기를 이용해 뿌려줘요. 그럼 루미놀 용액이 피의 적혈구 안의 색소인 헤모글로빈의 철과 만나 형광 빛을 내기 때문에 핏자국이 있는 곳을 확인할 수 있어요. 루미놀은 보통 몇만 배에서 몇십만 배로 희석된 핏자국도 검출할 수 있어요. 양동이에 담긴 물에 한 방울의 혈흔이 떨어져도 감지해 낼 수 있는 정도죠.

DNA는 디옥시리보핵산의 줄임말로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을 말해요. 우리 몸의 세포 안에는 핵이 있어요. 그 안에 막대기 모양의 염색체가 있는데 거기에 DNA가 있죠.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DNA


DNA는 우리 몸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세포 안에 들어있어서 머리카락 한 올만 있어도 충분히 검사할 수 있어요. 현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핏자국, 체세포, 땀, 침, 비듬까지도 아주 중요한 증거물이 될 수 있죠.

사람의 DNA는 대부분 비슷해요. 하지만 전체 DNA 중 0.01% 정도, 즉 수천 개의 유전자 가운데 13∼14개의 유전자는 사람마다 모두 달라요. 이 특별한 유전자를 ‘유전자 표지’라고 하는데 DNA 검사를 할 때는 바로 이 유전자를 집중적으로 분석해서 비교해요. 먼저 세포핵을 둘러싸고 있는 단백질 등의 물질을 없앤 뒤, 유전자 표지를 분석해 같은 DNA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거죠.

그렇게 해서 증거물에서 찾아낸 DNA가 용의자의 DNA와 일치하면, 용의자가 현장에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됩니다. 불에 타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이나 오래된 유골의 DNA를 채취해 가족의 DNA와 비교함으로써 신원을 밝혀내는 데도 쓰이고 있죠.

재미있는 ‘과학수사 체험교실’


이제 진짜 과학수사관이 되어 볼까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과학수사 체험교실’을 운영합니다. 형광분말을 이용한 지문 현출, 루미놀을 이용한 혈흔 찾기, 거짓말 탐지 체험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매달 3회 정도 운영하니 홈페이지(www.nfs.go.kr)를 통해 신청하고 참여해 보세요.

인천 광주 전북의 지방경찰청도 과학수사(CSI) 체험교실을 운영합니다. 경찰박물관(www.policemuseum.go.kr)은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직업체험교실을 개설했습니다. 여름방학에 진짜 과학수사관이 되는 멋진 체험을 해 보세요.

고희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