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각성시키는 카페인이냐, 머리 맑게하는 오미자차냐
#1. “식사를 마쳤으니 커피 한 잔 드릴까요.”
휴일인 3일 낮 충남 서산시 부석면 창리 AB지구 방조제 근처 식당가. 겨울에는 굴밥, 여름에는 바지락 칼국수로 유명한 곳이다. 한 일행이 점심식사를 마치자 식당 주인은 곧바로 커피를 내놓는다. 크림과 설탕이 듬뿍 들어 있는 믹스커피다. 칼국수에 커피라…. 어쩐지 어색하다.
#2. 대전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백화점 옥외주차장 주변 상가. 크고 작은 50여 개 커피전문점과 클럽 그리고 술집과 식당이 밀집한 곳이다. 새벽까지 20, 30대 젊은층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이곳에서는 커피는 물론이고 편의점에서 콜라와 에너지음료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모두 카페인 음료다. 정신을 맑게 한다는 이유로, 잠을 쫓는다는 이유로, 피로를 푼다는 이유로 카페인에 흠뻑 빠져 있다. ‘카페인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의 유해 무해 논란은 오랫동안 계속돼 왔다. 커피는 니코틴(담배)이나 알코올(술)처럼 중독성 있는 기호식품 중 하나. 일부에서는 커피가 혈압을 높이고 암을 유발하며 위와 심장에 나쁘고 임신부와 태아에게 해롭다고 얘기한다. 반면 원두커피에는 체지방을 분해하고,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체중감소를 유도하며, 카페인 이뇨작용은 지방분해를 촉진한다고 한다.
장단점이 모두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의약 전문가들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지적한다. 커피가 문제가 아니라 카페인이 문제요, 중독이 문제라는 것이다.
카페인은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식물이 분비하는 일종의 제충제로 커피나무, 카카오, 차, 콜라나무, 마테나무, 구아버나무 등 60여 가지 식물에서 추출한다. 이러한 카페인이 현대인의 일상 속에 깊이 파고들 수 있었던 것은 중추신경계 자극물질로 단기적 각성 효과 때문이다.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커피뿐만이 아니다. 캔커피(1캔에 80mg), 커피믹스(1봉지 60mg)뿐만 아니라 녹차(티백 1개에 15mg)와 콜라(1캔에 23mg) 초콜릿(30g짜리 16mg), 에너지음료(250mL 기준 62.5mg)에도 함유돼 있다.
커피와 에너지음료 소비가 늘면서 전남 보성군의 녹차밭은 최근 5년 내 축구장 150개 규모가 사라졌다고 한다.
식생활교육대전네트워크 김미리 공동대표(충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카페인 섭취량이 과다하면 수면장애, 신경과민, 위산과다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커피와 에너지음료 등 카페인 음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할 때다. 전문가들은 하루 3잔을 넘지 않도록 주의하고 믹스커피의 경우 당류 및 지방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설탕과 크림을 조절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김 교수는 “내리는 커피는 되도록 짧은 시간에 내려 마시고, 티백을 마실 때는 물에 담가 두는 시간을 짧게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최근 미국의 건강 전문 사이트인 ‘헬스닷컴’은 커피 중독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9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그중 하나가 ‘다른 마실 것을 찾으라’는 것이다. 대체음료로 눈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름철에는 오묘한 맛의 오미자차나 수정과 등을 커피 대신 마시는 것도 좋다. 오미자(五味子)는 단맛, 신맛, 떫은맛, 짠맛, 쓴맛 등 다섯 가지 맛을 갖고 있으며 기관지염 이외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에게 정신신경을 이완해주고 머리를 맑게 해주니 커피를 대체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기진 기자·한중양식조리기능사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