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 선생의 환갑에 의재 선생이 선물한 산수화가 조만간 의재미술관에 기증된다. 70여 년 전 인연이 아름다운 기증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의재 선생은 1941년 환갑을 맞은 오방 선생에게 직접 그린 산수화를 선물했다. 가로 53cm, 세로 180cm 크기의 이 그림은 소나무와 산수, 해와 달이 동시에 한 그림 안에 배치돼 오방의 안녕과 장수를 기원하고 있다. 그림에는 ‘오방선생(五放先生) 육십일수(六十一壽) 백련(百鍊)’이란 낙관이 한자로 찍혀 있다.
오방 선생의 손자인 최협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장은 우여곡절 끝에 이 그림을 소장하게 됐다. 오방은 생전에 다른 누군가에게 이 작품을 주었고 이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15년 전 광주의 화랑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화랑가를 돌다가 의재의 낙관을 보고 최 위원장에게 연락했다. 최 위원장은 의재 선생이 할아버지에게 선물한 뜻있는 그림이라는 것을 알고 망설임 없이 몇 달 치 월급을 털어 구입했다. 최 위원장은 “광주시민들이 이 그림을 보면서 두 분의 숭고한 삶과 인연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빠른 시일 안에 기증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재 선생의 손자인 허달재 의재미술관 이사장은 최 위원장과 선대의 연을 잇는 돈독한 친분을 쌓아왔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