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미국 서부 오리건 주 애거트 해변에 콘크리트와 철로 이뤄진 거대한 덩어리가 파도에 떠밀려 왔다. 길이 약 20m에 무게가 165t이나 되는 이 콘크리트 더미의 정체는 바로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에 휩쓸려 떨어져 나온 일본 항구의 부두 조각.
오리건 주 당국이 확인한 결과 지난해 3월 일본 동부 아오모리 현 미사와 시 항구에서 떨어져 나간 부두 조각 4개 중 하나였다. 이 거대한 잔해는 15개월 만에 약 8047km에 이르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해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육중한 콘크리트 더미가 어떻게 바다에 가라앉지 않고 먼바다를 건너왔는지 신기해하는 사람들로 해변이 북적였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3, 4월에는 멀리서 떠밀려온 물건들이 일본 주인을 찾아가는 훈훈한 이야기도 전해졌지만 잔해들 대부분은 처치 곤란한 쓰레기이다. 지자체들은 자원봉사단을 조직해 제거 작업을 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쓰레기를 처리하기엔 역부족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발견된 잔해들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 해양대기관리처(NOAA)는 지난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총 500만 t의 쓰레기가 발생했으며 이 중 150만 t가량의 쓰레기가 태평양을 떠돌고 있다고 추정했다. 미 NBC방송은 지난해 10월 남한 면적의 13배에 이르는 쓰레기 더미가 태평양 한가운데 떠있으며 바람, 해류, 조수를 감안할 때 2013년경 미국 서해안에 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리건주립대의 존 채프먼 연구원은 “(쓰나미 잔해는) 아주 명백한 위협이다. (이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4월 NOAA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오리건 주를 순회하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1번의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는 400여 명이 참석해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줬다. 현재 미국 서해안의 워싱턴 주, 오리건 주, 캘리포니아 주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쓰나미 잔해 처리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방사능에 대비해 잔해를 발견하는 즉시 당국에 신고할 것과 잔해 처리를 위한 자원봉사 조직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NOAA 니어 바니 씨는 “쓰나미 잔해 문제 처리에는 중앙정부, 지자체, 민간의 총체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