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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방형남]장군출신 의원들의 새로운 戰線

입력 | 2012-06-09 03:00:00


방형남 논설위원

이명박 정부 첫 국방장관을 지낸 이상희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은 예비역 장성들의 국회 진출을 경계한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충성을 다했던 장군들이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뒤 소신을 저버리고 당리당략에 휘둘리는 사례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이 전 장관은 확고한 안보관을 가진 전형적인 야전 지휘관으로 유명하다. 그는 합참의장을 거쳐 장관까지 지냈지만 국회 진출은 꿈도 꾸지 않았다. 군 후배들에게는 제대로 할 능력도 없으면서 금배지에 눈이 멀어 장군의 명예에 먹칠을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국가기밀 유출 위험에 노출된 국방위


새누리당의 장군 출신 국회의원 7명이 5일 ‘종북 친북 의원의 즉각 제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수성 김근태 김성찬 의원은 4성 장군 출신, 황진하 한기호 김종태 송영근 의원은 3성 장군 출신이어서 별을 합치면 24개나 된다. 이들은 통합진보당 일부 의원의 선거부정과 종북 친북 활동이 드러난 뒤 모임을 갖고 ‘심각한 국회 내 안보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장군 출신 의원들은 국가안보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중요 상임위원회에 종북 의원을 배치하지 말라고 국회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들에게 요구했다.

장군 출신 의원들은 종북 의원들의 제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입법을 통해 국방위원회 진입을 봉쇄할 계획이다. 국방위원회 구성요건을 정보위원회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국회법은 ‘정보위원회의 위원은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으로부터 당해 교섭단체 소속 의원 중에서 후보를 추천받아 부의장 및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선임 또는 개선한다(48조 3항)’고 규정하고 있다. 국방위원회 위원 선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한기호 의원은 “국방위원회는 국가기밀 유출 위험성이 아주 높다”며 “종북 의원들의 진입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18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한 그는 국방부와 군이 브리핑을 한 뒤 기밀자료를 회수해도 문제가 많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도 몇 시간씩 녹음할 수 있는 시대다. 국회의원이 메모를 하면 국방부 관리들이 메모지를 뺏을 수도 없다. 한 의원은 “장군 출신 의원들의 요구는 종북 의원이나 보좌진이 기밀을 유출해 북한으로 보내면 바로 김정은 책상 위에 올라가는 최악의 상황을 막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때 천안함과 해군 제2함대 사이의 교신내용을 야당 의원이 언론에 공개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리 군은 급히 암호체계를 바꿨다. 북한이 암호교신을 포착해 갖고 있다가 한국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비교하면 암호체계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새 암호체계를 구축하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비용도 많이 든다. 종북세력이 국방위에 진입한다면 암호체계 교체 수준의 피해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주사파 의원들의 의회진출 이유


장군 출신 국회의원들의 성명 발표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19대 국회에는 새누리당에서 7명, 통합민주당에서 2명의 장성 출신 의원이 배출됐다. 민주당의 백군기 의원은 성명 논의과정에는 참여했지만 서명은 하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안보 문제가 불거질 때 국가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라는 뜻으로 예비역 장성을 국회의원으로 뽑았다. 소속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안보 위기를 외면한다면 국민이 부여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주사파 전력이 있는 의원들의 최근 발언 내용을 뜯어보면 ‘혁명에서 이탈한 수정주의’라고 비판하던 국회에 그들이 왜 들어왔는지 잔뜩 의심이 든다. 장군 출신 의원들이 국회라는 새로운 전선(戰線)에서 비장한 각오를 해야 할 판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