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피임약은 호르몬 농도가 강해 메스꺼움 구토 등 부작용이 컸고 유방암 발병 비율도 높았다. 지금의 피임약은 호르몬 농도가 예전의 10분의 1 이하로 줄어 부작용이 훨씬 덜하다. 가족계획을 권장하던 시기에 피임약이 우리나라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됐으나 세계적 추세는 다르다. 아무리 안전성이 높아졌더라도 피임약도 약물인 만큼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사후(事後)에 1회 복용하는 사후피임약과 달리 사전(事前)피임약은 다른 피임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가임(可姙) 기간에는 계속 시행해야 하므로 최고의 안전성이 요구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12년 만에 의약품을 재분류하면서 사후피임약은 일반의약품으로, 사전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는 것은 여성의 임신 결정권을 빼앗는 일과 다름없다”며 반대한다. 대학 총여학생회는 학교마다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고려대는 “여성의 성적 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반대한 반면 연세대와 한양대는 “오남용을 줄일 수 있다”며 환영하고 나섰다. 피임약이나 피임 교육이 혼전(婚前) 젊은이의 성생활을 문란하게 만든다는 증거는 없다. 학창시절의 임신은 학업의 지속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