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세계/이강영 지음/368쪽·1만8000원·휴먼사이언스
머리카락 500분의 1 굵기인 플라스틱 나노 섬유들을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 동아일보DB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던 세계를 볼 수 있게 해 준 것은 현미경과 망원경이다. 네덜란드의 과학자 판 레이우엔훅(1632∼1723)은 자신이 직접 렌즈를 깎아 만든 현미경으로 세계를 들여다봤다. 이 책은 그 관찰기록을 이렇게 전했다.
“벌레, 우물물, 입 안에서 긁어낸 표피, 한 방울의 피…. 현미경을 통해 바라본 그는 그 안에서 놀라운 모습을 발견하고 사로잡혔다. 그는 최초로 박테리아를 발견했고 이스트균을 보았다. 그는 핏속에서 혈구를 발견했고 움직이는 정자를 처음으로 보았다. 물방울 하나 속에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가득 차 있는지. 그것은 경이와 감동의 세계였다. 우리가 보고 있던 것은 세계의 일부분에 불과했던 것이다.”
지난해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으로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했던 저자(건국대 물리학부 교수)는 이 책에서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고 오직 현대물리학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세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현대물리학에서 양성자를 비롯한 하드론(강한 상호작용에 관여하는 소립자)을 이루는 기본 입자로서의 ‘쿼크’라는 개념은 매우 추상적 대칭성을 통해 사유한 끝에 나왔다. 그러나 오랫동안 쿼크는 자연에 존재하는 실재라기보다 단순한 가설로 여겨졌다.
이 책에서 저자가 결국 던지고 싶은 질문은 ‘본다’는 것의 의미이다. 현대물리학의 세계가 일반인에게는 보이는 실재가 아니라 관념이 만들어낸 허구의 세계 같다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보이지 않는 물질을 생각하고, 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과학적 인식의 지평을 넓혀왔다”며 “결국 ‘본다’는 것은 자연과학의 시작이고 끝일 뿐 아니라 자연과학 그 자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