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업계 ‘은퇴 교육’ 인기
2일 실버타운 ‘더 클래식’ 견학에 나선 금융회사 직원들이 입주자 편의시설에 설치된 당구대 옆에서 담당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금융업계에서 ‘은퇴’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은퇴 관련 금융상품이나 가족 캠프 등 관련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막상 은퇴를 경험해보지 않은 일선 직원들이 은퇴 고객을 상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금융회사 직원들 사이에서 노인에 대한 강좌나 체험학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은퇴 고객들과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데다 금융상품 이외에 은퇴와 연계된 서비스 개발 아이디어까지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 금융권, 노년학 배우기 열풍
이들은 퓨처모자이크연구소(FMI)에서 개설한 금융노년전문가(RFG) 과정에 참여하는 수강생으로 이날 실버타운을 포함해 송파노인종합복지관, 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 등을 돌며 현장체험을 진행했다. RFG는 은퇴 후 재정문제 또는 사회와 가정에서 느끼는 정체성 혼란 등을 배우는 노년학 강좌의 일종이다. 국내에서는 퓨처모자이크연구소가 지난해 처음 도입했지만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은퇴시장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돼 있다.
수강생들은 보험사 연구원부터 은행 프라이빗뱅킹(PB) 팀장, 증권사 자산관리컨설팅 부장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든다. 금융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퇴직연금’ ‘역모기지론’ 등 재무적인 요소는 기본이다. 하지만 은퇴 후 여가, 주거, 사회적 관계 등 ‘비재무적’인 요소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 이날 현장 체험에 함께한 오영필 우리투자증권 남청주지점 차장은 “은퇴 후 어떻게 살아가는지 직접 배우고 체험하니 은퇴 고객들을 대하는 데 있어 좀더 자신감이 생긴다”며 강좌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 ‘금융’과 ‘은퇴’ 융합 본격화
금융업계에 노년학 열풍이 불어닥친 데에는 치열해진 업계 간 경쟁도 한몫하고 있다. 본격적인 베이비부머의 은퇴를 시작으로 은퇴 시장이 급속히 커지자 금융회사들은 은퇴 관련 연구소를 신설하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당초 은퇴 준비 상품들을 쏟아내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통한 차별화에 더 신경 쓰고 있다. 노혜선 동양증권 PB지원팀 대리는 “증권사 은퇴 상품의 경우 이제 큰 차별성이 없다”며 “고객들을 만족시켜 줄 만한 새로운 콘텐츠를 찾으려면 은퇴 후 삶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