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 교수 제공
1991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정상회의에서 쓰인 이후 금과옥조로 인용되는 슬로건이다. 하지만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긴밀하게 논의되고 있는 지금까지도, 국제적인 표준화 전략이 맞는지 현지화 전략이 효과적인지 비교문화연구 학자들은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글로컬’이라는 애매한 표현.
조선연초주식회사 광고(매일신보 1914년 11월 8일)는 지면의 상단에 백화표(白花票·White Cosmos), 미인표(美人票·Chun Hyan), 화표(花票·Paradise)라는 세 가지 담배를 소개하고 있다. 담뱃갑에 인쇄된 설명을 보니 오른쪽에 있는 백화표는 10개비들이에 값은 2전이고, 가운데에 있는 미인표는 역시 10개비들이에 값은 2전 5리, 왼쪽에 있는 화표는 14개비들이에 2전으로 되어 있다.
두 번째는 그때 벌써 광고에서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이다. 미인표의 영문 브랜드명은 춘햔(Chun Hyan)으로 되어 있는데 ‘춘향전’에서 따왔으리라. 담배 피우고 있는 광고 모델 일러스트레이션은 한복 입은 조선 여인이다. 조선연초주식회사는 일본 회사였는데도 광고 모델에게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히지 않고 한복을 입혔던 것. 국제적으로 생각하고 현지에 맞게 행한다는 현지화 전략을 이미 100여 년 전에 실행했던 셈이다. 금과옥조 슬로건을 백 번 인용하는 것보다 한 번의 구체적인 실행이 중요함을 새삼 일깨워준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