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곡동 MB사저 의혹’ 전원 불기소… 봐주기 수사 논란도
우선 9필지로 이뤄진 전체 땅을 대통령실 경호처는 공시지가보다 4배나 비싸게, 이명박 대통령의 장남 시형 씨는 공시지가보다 낮은 가격에 각각 매입했지만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땅값은 공시지가나 시가(市價), 감정가 등 어느 기준에도 맞지 않았지만 검찰은 “나름의 기준에 따라 매매금액을 나눴다”며 면죄부를 줬다. 또 사저 터를 이 대통령이 아닌 아들 시형 씨 명의로 매입한 경위다. 단순히 이름을 빌려준 게 아니라면 편법 상속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지만 검찰은 명의를 빌려준 것도, 편법 상속하려 한 것도 모두 아니라고 결론을 냈다.
○ 대통령 아들은 공시지가보다 싸게, 청와대 경호처는 4배로
9필지 중 밭을 매입한 대통령실은 공시지가보다 4배가량 비싼 값을 치렀고 대부분 대지를 매입한 시형 씨는 건물가격을 포함하면 공시지가보다 오히려 1억6697만 원 싸게 매입했다.
검찰도 터 지분과 매매대금 간에 불균형이 있고, 시형 씨가 이득을 봤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업무상 배임죄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유독 이번 사안만 배임죄 적용 여부를 까다롭게 판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이런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토지 매매 과정에서 공무원의 과실행위가 있었는지는 추가로 감사원의 판단을 거치도록 했다.
토지가격을 산정한 근거로 삼았다는 ‘나름의 기준’은 기준조차 없다. 이 때문에 ‘나름의 기준’이 토지의 실제 가치를 근거로 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에 책정된 예산 40억 원에 딱 맞춘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예비비 2억8000만 원을 들여 나중에 추가로 매입한 땅 외에 정확히 40억 원을 사저 터 매입대금으로 썼다. 예산 한도 내에서 최대한 시형 씨의 매입대금 부담을 줄여줬다고 의심할 만한 부분이다.
○ 시형 씨 이름으로 땅 매입…편법 상속 의혹
3년차 직장인인 시형 씨가 매입자금인 11억2000만 원을 마련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시형 씨는 터 매입자금을 마련하려고 지난해 5월 김윤옥 여사 명의의 부동산을 담보로 6억 원을 대출받고, 큰아버지인 이상은 씨로부터 연 5% 이자를 주기로 하고 차용증을 쓴 뒤 6억 원을 빌렸다. 시형 씨는 빌린 12억 원 중 땅 매입대금을 내고 남은 돈으로 직접 대출 이자와 세금을 냈다고 해명했다. 곧 아버지에게 되팔 부동산을 사려고 자기 명의로 대출을 받고 아무런 이득 없이 대출 이자까지 매달 부담했다는 얘기다. 이 해명대로라면 이 거래에서 시형 씨만 매달 이자 300여만 원을 부담하며 손해를 본 셈이 된다.
시형 씨는 터 매입 과정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자신 명의로 매수한 부동산 소유지분을 국가에 취득 원가 그대로 되팔겠다는 확인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내곡동 사저 터 매입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계획을 백지화했고, 내곡동 땅은 현재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공매가 진행 중이다.
○ 검찰, 청와대 눈치 보기?
검찰이 핵심 피고발인인 시형 씨를 소환조사하지 않고, 서면조사만으로 마무리한 데 대해 청와대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은 “답변서를 받아보니 아귀가 딱 맞았다. 추궁할 게 없어서 부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 해명과 정반대로 “각본처럼 딱 아귀가 맞는 게 오히려 수상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인종 전 경호처장에 대한 소환도 사건 배당 후 6개월 만에야 이뤄져 “관련 인사들이 입을 맞추도록 시간을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대통령 등 그 윗선은 단순히 결과 보고를 받은 것 외에 터 매입에 관여한 바 없어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靑 “절차 꼼꼼히 못챙겨 송구… 수사결과 존중” ▼
민주 “면죄부 수사… 국정조사 통해 규명할 것”
청와대는 10일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관련자를 모두 무혐의 처리한 것에 대해 “수사 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논현동 사저 외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급여도 봉사활동에 사용하는 대통령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 했겠느냐”며 그간의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다만 아들 시형 씨를 땅 매입자로 내세우는 등 오해를 초래한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였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 마무리와는 무관하게 정치권에서 이 사안을 계속해서 정치 쟁점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관계자는 “민주통합당이 일부 인터넷 여론을 등에 업고 문제 제기할 것이고, 새누리당 일각에서 동의하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검찰의 면죄부 수사”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핵심 피의자인 시형 씨를 (소환하지 않고) 서면조사라는 봐주기 부실수사를 한 데 이어 무혐의 처분한 것은 검찰이 검찰이기를 포기한 일”이라며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이 포기한 진상 파악을 국정조사와 청문회, 특검 도입을 통해 반드시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단 검찰의 수사 결과를 존중하지만, ‘미흡하다’는 여론이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