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Q&A]Q: 제가 진정 알코올의존증 환자인가요A: 술 안마셔 불안-무기력 지속땐 치료 받아야 할 습관성 음주자
이해국 가톨릭대 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A. 가족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은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입니다. 본인은 현재 별문제 없이 생활한다고 합니다. 스트레스가 심해 가끔 과음할 뿐이지 건강에 별 이상이 없으며 할 일은 알아서 한다고 얘기합니다. 이럴 때 가족은 난감하고 무기력한 표정을 짓습니다.
보통의 병이라면 환자가 스스로 “어디가 어떻게 불편하니 고쳐달라”고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알코올의존자는 반대입니다. 환자의 음주문제가 어째서 병적이며, 어떤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는지를 설명해서 치료를 잘 받도록 설득해야 하니까요.
회식 다음 날 직장상사와 부하직원이 사우나에서 마주친 뒤 서로 웃으며 격려해주는 내용의 광고가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음주문제에 관대합니다. 회식 다음 날 지각을 하거나 결근 또는 조퇴를 해서 업무에 차질이 생겨도 넘어가는 분위기죠.
본인의 과음이나 폭음을 합리화하는 사람은 알코올성 간경화로 복수가 차거나, 딸기코가 될 정도로 늘 취해 직장이나 가족을 잃을 정도가 돼야 심각성을 인식합니다. 과음이나 폭음, 숙취로 인한 업무의 태만, 술 취한 상황에서의 시비나 부부싸움, 잦은 소화불량과 복부비만, 고혈압 같은 신체질환, 불면증, 우울증, 불안증 같은 정신질환…. 본인은 잘 알지 못하지만 음주로 생기는 대표적 문제들입니다.
이런 설명을 들은 환자는 스스로의 의지를 자랑하며 술을 끊겠다고 다짐하고 돌아갑니다. 하지만 많은 분이 실패하고 다시 병의원을 찾습니다. 왜 그럴까요? 앞서 지적했듯이 알코올은 의존성 물질이어서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하여 쾌감을 유발합니다.
습관성 음주자는 알코올이 없으면 어떤 쾌감도 느끼지 못하고 항상 불안, 무기력, 예민한 상태가 됩니다. 안 마시면 괴로우니까 음주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됩니다. 치료약을 복용하면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나 금단증상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인지행동 치료요법을 받으면 음주를 할 만한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전략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알코올의존은 단순한 나쁜 습관이 아닙니다. 과도하고도 지속적인 음주로 인한 뇌의 변화로 스스로 음주를 조절할 수 없는 질병 상태입니다. 뇌의 변화가 커지기 전에 조기에 치료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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