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사투후 모두 웃음꽃
김준기 서울성모병원 최소침습 및 로봇수술센터장
이럴 때는 말문이 막힌다. 문 할머니를 수술하기 전까지는 환자가 70세만 넘어도 “연세 때문에 수술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문 할머니의 수술을 성공한 뒤부터 초고령층 환자의 치료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문 할머니를 만날 당시에도 내심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고령 환자는 심폐 기능을 포함한 몸 전체의 기능이 떨어진다. 큰 수술을 하면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다.
수술 전날 병실에서 할머니의 상태를 돌봤다. 할머니가 수술을 대하는 자세도 남달랐다. 침상에서 기도문을 펼쳐 놓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이 환자의 수술 후 경과가 좋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의학적 지식보다는 환자의 늠름한 태도에서 그런 판단을 했던 것 같다.
몇 차례 고비가 있었다. 수술은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50년 전 앓았던 충수돌기염이 악화됐다. 또 수술을 받았던 부위에 소장과 결장의 유착이 심해 수술이 6시간 넘게 걸렸다. 보통 직장암 수술에 걸리는 시간보다 3배가 넘었다. 50년 전 제주도에서 충수돌기염에 이어 복막염을 앓고도 지금껏 생존한 사실 자체가 기적 같았다.
배에 조그만 구멍을 내고 암세포를 떼어내는 복강경 수술로 시작했다. 장기 유착이 심해 수술 도중 개복 수술로 바꿀지를 검토할 정도였다. 문 할머니가 개복 수술을 받았다면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했거나 건강 회복 속도가 매우 느렸을 것이다.
결국 수술 받을 당시의 현대 의술의 발전, 수술 직전 암 환자답지 않은 건강 상태가 문 할머니를 살렸다고 볼 수 있다. 유능한 마취과 전문의의 도움이 없었다면, 또 복강경으로 수술을 진행하지 않았다면 매우 위험한 지경에 빠질 수 있었다.
앞으로는 생물학적 나이가 많다고 수술이 어렵거나 경과가 나쁠 것이라고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게 됐다. 수술 직전 환자가 신체적으로 얼마나 건강한지가 수술을 결정하거나 결과를 판단하는 데 훨씬 더 중요해졌다. 기대 수명이 늘어가는 시대에 수술 가부를 좌우할 요소는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라 건강나이가 될 것이다.
김준기 서울성모병원 최소침습 및 로봇수술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