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89개 고교 정규 미술교사 없어… 교내활동 스펙 못쌓아 수시지원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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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의 학교는 전교생이 320명이 넘지만 정규 미술교사가 한 명도 없다. 고교 3년간 받은 미술교육은 1학년 1학기 때 일주일에 두 시간 기간제 미술교사의 수업을 들은 것이 전부였다. 마땅한 지도교사가 없어 미술 동아리도 없다.
이 양은 “3년 동안 논술대회 같은 인문계열 학생을 위한 교내 대회만 열렸다”면서 “미대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이 힘들 것 같아 시각디자인과 비슷한 미디어계열 학과로의 진학을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 전국 고등학교 4개 중 한 곳은 정규 미술교사 없어
12일 ‘신나는 공부’가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구센터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2282개 고등학교 중 25.8%인 589개 고교에 정규 미술교사가 없었다. 정규 음악교사가 없는 고교의 비율이 19.3%(442개교), 정규 체육교사가 없는 고교의 비율이 6%(139개교)인 것과 비교할 때 예체능 과목 중 정규 미술교사의 수가 유독 적은 것이다.
문제는 올해부터 주요 미술대학이 입학사정관전형을 확대하면서 교내 미술활동이 합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늘었다는 점. 서울대는 미술대학 신입생의 100%를 수시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선발하고, 홍익대는 세부전공을 불문하고 100% 비실기 전형으로만 신입생을 선발한다. 결국 정규 미술교사가 없는 농어촌지역 학생들은 교내 미술활동을 하기 어려워 미대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 “교내활동 스펙 쌓지 못해 정시 지원만 바라볼 뿐”
정규 미술교사가 없는 고교의 미술수업은 기간제 교사, 당초 전공과 다른 교사가 다른 과목의 연수를 받은 뒤 수업하는 상치교사, 인근 몇 개 학교 수업을 돌아가며 담당하는 순환교사 등이 담당한다. 하지만 정규 미술교사가 없는 고교에서는 깊이 있고 지속적인 미술 수업과 활동이 진행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각 고교에서 정규 미술교사를 채용하기는 쉽지 않다. 각 고등학교에서 채용할 수 있는 교사의 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 강원도의 한 고등학교 이모 교감은 “미대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은 한 학년에 4명 남짓”이라면서 “그 학생들만을 위해 교사정원 24명 중에 미술교사를 포함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고3 아들을 둔 경북의 이모 씨는 “학교에 미술교사가 없어 교내 동아리 활동 같은 스펙을 쌓지 못해 수시지원은 포기했다”면서 “선발인원은 적지만 어쩔 수 없이 미대 정시모집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