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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20년, 미래로 가는 KORINA]중국인 유학생 10만 명 한국에 유치하자

입력 | 2012-06-12 03:00:00

中 100만명 유학 대기중… 고급인재 데려와 ‘친한파’ 키워내야




“우수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유학을 선택한 것에 자부심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10월 6일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충북도 주최 ‘제1회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해 이 같은 격려의 말을 건네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중국인 유학생들만을 위한 축제가 열린 건 전국에서 처음이었다. 이틀간 중국인 유학생 1500명과 중국에서 온 학부모, 주한 중국대사관 등 중국 기관 관련자가 한데 모여 전통 문화와 공연을 즐겼다. 충북대 유학 중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한 중국 여학생은 “중국 유학생을 향한 시선이 차가워서 서운할 때도 있는데 우리를 위한 자리가 만들어져 기뻤다”고 했다.

○ 작년 국내 중국인 유학생 5만9317명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은 글로벌 교육 시장에서 최고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질적으로 우수하고 양적으로 풍부한 인적자원이 각국으로 뻗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호주 등 주요 국가에서 중국인 유학생은 외국인 유학생 중 최다수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국내에 있는 전체 외국 유학생 3명 중 2명이 중국인이다. 2011년 4월 말 현재 중국인 유학생(대학생 이상)은 5만9317명으로 전체(8만9537명)의 66.2%를 차지한다.

중국의 유학 수요는 점점 팽창하고 있다. 중국의 대입 정원은 2011년 말 현재 670만 명 수준인 반면 대입 시험 응시자는 930만 명이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보니 아예 학부 단계부터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중국인이 늘고 있다.

중국 교육계에서는 해외 유학 대기 수요가 최소 100만 명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 가운데 10%만 유치해도 현재의 2배 가까운 10만 명의 중국인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다. 한중교육교류협회 회장인 구자억 한국교육개발원 컨설팅연구센터 소장은 “고급 인재를 중심으로 중국 유학파를 유치하면 10년 내에 많은 친한파(親韓派)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 10만 명을 유치할 경우 우리나라에 미치는 효과는 전방위적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에 처한 대학에 돌파구가 되는 것은 물론 만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유학수지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유학수지 적자는 44억1300만 달러(약 5조1464억 원)에 달했다. 우리 대학의 국제화 수준도 높일 수 있다. 특히 중국에서 급증하는 박사 단계 유학생을 유치하면 연구역량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2005년부터 KAIST 생명화학공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 샤샤오샤 박사와 첸즈강 박사 부부가 KAIST의 연구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한 뒤 올해 명문 상하이자오퉁(上海交通)대 부교수로 나란히 임용된 것이 좋은 사례다.

○ 유학생 양도, 질도 업그레이드해야

지난해 지방의 한 전문대로 유학 온 중국인 Y 씨(22). 지린(吉林) 성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한국 유학 알선업체를 통해 친구 2명과 한국 땅을 밟았다. 외국인 유학생 등록비와 한국어 연수비 명목으로 1학기에 140만 원 정도를 내고 입학식에 참석한 뒤 바로 인근 금형공장에 취업했다. 숙식이 제공되고 월급도 80만 원 정도다. 지난해 학교에 나간 건 10번도 채 안 된다. 그래도 대부분 과목이 B학점을 넘겼다. 정원 미달로 골치를 앓는 학교도, 교수도 이런 사정을 익히 알고도 눈감아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실한 중국인 유학생 관리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다. 정원을 채우기에 급급한 부실 대학과 이 허점을 파고들어 불법취업을 하는 일부 중국인 유학생이 물을 흐리고 있다. 한 대기업의 베이징 주재원은 “한국 대학이 엉망이라는 말이 많이 돈다. 관리는 안 해주고 돈만 챙긴다고 소문이 나 있다”면서 “실제로 한국 유학을 다녀온 뒤 중국에서 취업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 인증제’를 도입한 정부는 올해 이 기준을 더 강화할 방침이다. 동북아시아의 유학생 유치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혁신적인 중국인 유치책이 나와야 한다. 우리보다 한발 앞선 일본의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일본은 와세다대 메이지대 등 명문 대학에서 중국인 수험생이 자국에서 일본 유학 시험을 보고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대학마다 중국어로 학위를 취득하는 외국어 코스도 대폭 늘리고 있다. 중국 대학생 사이에 일본 유학 선호도가 높아지는 비결이다.

<특별취재팀>

▽팀장
김상수 산업부 차장

▽팀원
정효진 강유현 박창규(산업부)
유재동 김재영 박선희(경제부)
김희균 남윤서(교육복지부)
허진석(문화부) 이정은(정치부)
신광영 기자(사회부)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