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춤 ‘명작명무전’ ★★★★☆
85세 고령에도 우아한 부채춤을 보여준 김백봉 씨. 사진작가 한용훈 씨 제공
전통 춤판의 마당발인 진옥섭 한국문화의집 예술감독은 어렵사리 한국 춤의 대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현재 한국 춤의 계보를 그림으로 그린다면 삼각형 꼭대기에 있을 이매방 김백봉 씨를 비롯해 조흥동 김매자 국수호 정재만 김말애 임이조 씨 등 8명이다.
출연진 한 명 한 명이 모두 1100석 정도의 객석은 채울 수 있는 춤꾼들이라 이날 공연 객석은 3층까지 가득 찼다. 이틀 만에 입장권이 매진됐다는 사실에 무용인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희고 긴 천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펼치는 김말애의 대표적인 창작 독무 ‘굴레’는 붓으로 일필휘지하듯 무대에 역동적인 그림을 그려냈고 김매자의 창작 춤 ‘숨’은 산조 음악에 맞춰 절도있으면서 멋과 맛도 다 챙기는, 버릴 게 없는 춤사위를 보여줬다.
2부 첫 순서와 마지막 순서를 이날 공연의 주인공인 김백봉 씨와 이매방 씨가 장식했다. 김 씨는 양손에 부채를 들고 부채춤을 선보였다. 이 씨는 한없이 느린 동작으로 살풀이를 펼쳤다. 두 사람 모두 3분 남짓 춤을 춘 뒤 김 씨가 자신의 딸인 안병주 씨, 이 씨는 자신의 부인인 김명자 씨에게 무대를 넘기자 비로소 긴장의 끈을 놓은 관객들이 기립박수로 열렬히 호응했다.
국수호의 ‘입춤’은 한국 춤의 멋을 새삼 일깨웠고 조흥동의 ‘진쇠춤’은 호방한 발놀림과 남성적인 팔 동작으로 박력이 넘쳤다. 커튼콜 때 객석의 기립박수는 한참이나 계속됐다.
성기숙 연낙재 관장은 “70, 80대 춤꾼들이 무대에 서는 것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우리 문화의 자랑이며 저력”이라고 말했다. 성 관장은 특히 춤사위에 착착 감기는 듯했던 연주자들의 호연을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