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임 사회부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 요즘 거리와 지하철 등 서울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서울시정 홍보문구다. 실제 시정에 시민 참여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산 심의는 물론이고 정책 결정을 앞두고 시민 의견 수렴의 폭이 이전보다 넓어졌다. 시의 모든 결재 문서에는 업무담당자 외에 시민이 결재 도장을 찍는 칸을 상징적으로 만들어 뒀을 정도다. 서울시 공무원은 ‘민원인’을 ‘시민님’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이런 변화에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올해 서울시의 시민단체 지원 내용을 보면 과연 서울시가 말하는 시민이 누구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원단체의 63%가 물갈이됐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에 비판적인 입장에서 사업했던 단체들이 공모에서 탈락하거나 아예 기준에 맞지 않아 지원을 포기했다. 시장 보좌진과 시민위원회 위원이 속한 시민단체가 줄줄이 새로 선정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유독 북한에서 버려지고 남한에서는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인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여러 통계를 들여다보면 북한이탈주민의 삶은 다문화가정보다 못하다. 평균소득은 낮고 정보기술(IT) 접근성은 떨어진다. 가정폭력 비율도 높다. 한국에서 적응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는 시민을 위한 단체를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한다. 이런 설명은 북한이탈주민 역시 서울시민이라는 사실을 잊은 것처럼 보인다.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 입국인원 현황’에 따르면 2012년 5월 현재 전체 탈북자의 29%인 5967명이 서울시에 살고 있다. 또 남북 교류를 위한 경평 축구를 추진하고 김대중평화센터의 6·15 남북 정상회담 12주년 기념행사를 예산을 투입해 공동 개최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박 시장에게 ‘색깔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전임 시장 역시 시정 철학에 맞는 단체를 지원했고 오히려 보수단체에 지나치게 지원이 쏠렸던 것이란 지적도 옳다. 다만 이 시대에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하고 북한 인권운동에 나서는 것이 지원 대상에서 탈락되거나 배제돼야 하는 요인이 되는 건지 묻고 싶다. 그들은 우리 사회 어느 누구보다 차별과 냉대 속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사회적 약자가 아닌가.
우경임 사회부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