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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빅데이터는 데이터 전문기업의 일부, 그중에서도 데이터를 다루는 소수 인원들의 흥밋거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불과 몇십 년 사이에 일부 기업만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빅데이터의 중요성과 그 활용법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IT와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엄청난 데이터가 축적됐고 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될 만큼 그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구글이 무인자동차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빅데이터 분석 덕분이다. 자동차 운전자는 운전 중에 주위 자동차들에만 시선을 두지 않는다. 주변 지형과 도로, 목적지까지의 교통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고려해야 한다. 무인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무인자동차가 잘 굴러가려면 주변을 인식하고 파악해 취합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분석된 정보를 토대로 최적의 속도와 방향을 찾고 운전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구글 자동차에는 다수의 비디오카메라가 장착돼 운전자의 시각을 대신한다. 이때 비디오로 포착되는 영상 정보는 숫자로 정형화된 데이터가 아니다. 전형적인 비정형 데이터다. 여기에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활용된다. 다양한 형태로 유입된 수많은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기술이다. 여러 경로로 축적된 정보를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속도와 방향을 제어하는 과정에도 빅데이터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애널리틱스가 활용된다. 무인자동차는 과거에 불가능했던 일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능하게 한 대표적인 사례다. 많은 기계공학자와 전자공학자들이 고민하던 이슈를 구글은 데이터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 해결했다.
둘째, 데이터 중심적 기업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사용하는 이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변하지 않는다면 성과를 낼 수 없다. 1990년대 말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업이었던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몇 번의 전략적 판단 오류로 2000년대 중위권으로 추락한 후 기업 혁신을 위해 단행한 첫 번째 작업이 바로 데이터 기반의 기업 문화 조성이었다. 아무리 작은 회의나 사소한 의견이라도 데이터를 근거로 진행하게 했고, 모든 사원을 대상으로 데이터베이스 활용 교육을 실시했다. 그 결과 메모리 반도체 3위 기업인 독일 키몬다가 파산하고 4위 기업인 일본 엘피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반도체 산업이 휘청거렸던 지난 5년간 마이크론은 그 입지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었다.
셋째,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빅데이터 분석 활용이라고 하면 많은 기업이 소셜미디어나 시장을 분석해서 예측을 좀 더 잘해 보겠다는 아이디어부터 내놓는다. 하지만 빅데이터 활용에서 예측은 수많은 응용 분야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시시각각 변하는 패션 시장에서 예측보다는 발 빠른 대응 전략을 취해 성공을 거둔 자라나 자동차 공정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특정 부품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신속하게 리콜 조치를 취한 볼보 등이 좋은 예다. 빅데이터를 시장 예측 도구로만 보지 않고 기업 니즈와 전략적 상황에 맞춰 창의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본받을 만하다.
빅데이터는 단순히 인프라나 분석 방식의 이슈가 아니다.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기업이 망하는 이유는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을 다시 한 번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 기사의 전문은 DBR 107호(6월 15일자)에 실려 있습니다.
:: 빅데이터(Big Data) ::
장영재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교수
정리=최한나 기자 han@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07호(2012년 6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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