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恥下問(불치하문):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DBR 그래픽
실제로 공자 스스로 불치하문의 자세를 실천했음을 ‘공자천주(孔子穿珠)’라는 말의 유래에서 알 수 있다. 공자가 진귀한 구슬을 얻었는데 구멍에 아홉 번이나 돌아가는 굽이가 있어 실을 꿰기가 힘들었다. 고민하던 공자는 바느질을 잘하는 아낙에게 방법을 물었다. 그녀는 구멍 한쪽에 꿀을 묻혀 놓고 허리에 실을 묶은 개미를 다른 구멍으로 넣어보라고 했다. 개미가 꿀을 찾아 구멍을 타고 나가 실이 꿰어졌다. 이는 무언가를 배우는 데는 나이나 신분이나 학문의 높고 낮음이 관계없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당대의 지식인인 공자도 모르는 것의 답을 찾으려고 신분이 낮고 배움이 적은 아낙에게 거리낌 없이 물었던 것이다.
불치하문의 자세를 현대적 경영 기법으로 발전시킨 것이 ‘역멘토링’이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고위 간부들이 부하 직원들에게서 인터넷 등 신기술을 1 대 1로 배우게 했다. 물론 자신도 적극 실천했다. 이는 기존 멘토링 제도의 멘토와 멘티 역할을 뒤바꾼 역멘토링의 시초가 됐다. 역멘토링을 활용하고 있는 또 다른 대표 기업으로 세계적 생활용품 업체인 P&G를 들 수 있다. P&G는 ‘멘토링 업(Mentoring Up)’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경영이나 관리 활동에는 능통하지만 의약이나 제품 관련 지식이 부족한 경영진을 위해 연구소의 연구원들을 1 대 1로 매칭시켜 생명공학기술이 실제 사업과 어떻게 연계되고 운영되는지에 대한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
역멘토링이 조직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은 경영진 자신의 학습에 대한 개방적 마인드, 즉 불치하문의 자세다. 경영진은 조직에서 필요한 지식과 경험, 가장 뛰어난 실력을 자신이 갖고 있다는 생각에 부하들에게 배우기보다는 잘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조직에 변화를 가져와야 하며 그 일은 경영진이 주도해야 한다. 변화를 가져오려면 오랜 삶의 경험이나 많은 전문지식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끊임없이 배우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실 배운다는 것은 유기체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시적인 유기체는 반사나 본능 같은 타고난 행동방식에 의존해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을 꾀한다. 그러나 복잡한 생활환경에서 살아가는 고등동물이 본능적 행동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인간은 환경변화의 폭이 크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받아들이는 자세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더구나 지위가 상승할수록 감당해야 할 책임은 커지고 그 책임에 영향을 끼칠 환경변수는 더욱 다양해진다. 배우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 더욱 많아진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갓 사회에 진출한 신입사원에게서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배운다는 것은 나의 열등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열려 있음, 끊임없이 발전할 가능성과 실제로 발전해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일이다.
정현천 SK에너지 상무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이 기사의 전문은 DBR 107호(6월 15일자)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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