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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쓰레기로 뒤덮인 ‘세계지질공원 산책로’

입력 | 2012-06-14 03:00:00

화산지대 절경 수월봉
국제 트레일코스 지정해놓고 관리 부실로 해안쓰레기 쌓여




세계지질공원 트레일 코스가 만들어진 제주시 한경면 수월봉 주변 해안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하얀 스티로폼, 폐목, 어구용 부이, 비닐, 케이블선 이동 장비….

세계지질공원 트레일 코스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온갖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제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해발 78m) 밑 해안. 제주도와 제주도관광공사 등이 지난해 10월 1일 국제트레일 코스로 지정하고 개장한 곳이다.

12일 오후 세계지질공원의 진수를 체험하기도 전에 갖가지 쓰레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바다에서 밀려들어온 쓰레기다. 낚시꾼들이 무단으로 버린 음료수 캔도 여기저기에 쌓였다. 쓰레기를 모아다가 무단으로 태운 흔적도 고스란히 남았다. 트레일 코스 안내판도 사라졌다. 해양 쓰레기는 모래사장을 넘어 수월봉 절벽 바로 밑까지 밀려들었다. 김모 씨(44·서울 서대문구)는 “세계지질공원 트레일 코스라고 해서 어렵게 찾아왔는데 쓰레기가 너무 많아 기분이 상했다”며 “트레일 코스로 지정해 놓고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수월봉은 화산폭발로 생긴 물질들이 가스, 수증기와 뒤섞여 사막의 모래폭풍처럼 빠르게 지표면을 흘러가는 현상인 화쇄난류(火碎亂流)의 변화과정을 연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화산학의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국내외 지질 및 화산연구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트레일 코스는 고산리 해녀의 집을 출발해 검은모래 해변, 화산재 지층, 수월봉 정상, 화산탄, 갱도진지, 용암과 주상절리 등을 거쳐 자구내포구까지 4.5km에 만들어졌다. 수월봉 지질공원 트레일은 화산지질구조뿐만 아니라 해양생태 자원과 선사문화와 유적 등을 담고 있지만 홍보와 관리는 지난해 개장 당시 ‘반짝 이벤트’로 그쳤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해양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끊임없이 쓰레기가 밀려들고 있어 한계가 있다”며 “올해 마을청년회 등에 예산을 지원해 정기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네스코(UNESCO) 세계지질공원 운영위원회는 2010년 10월 제주도 전체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하고 한라산, 성산일출봉, 만장굴, 서귀포 패류화석층, 천지연폭포, 대포동 주상절리대, 산방산, 용머리 해안, 수월봉 등 9개소를 대표 명소로 지정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