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재수사 결과를 어제 발표했지만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검찰은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불법사찰의 비선(秘線)이라고 설명했다. 최초 수사에서는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놓쳤다가 폭로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밝혀내는 검찰의 수사 의지가 의심스럽다.
검찰은 재수사에서도 박 전 차장과 이 전 비서관 이상의 윗선을 규명하지 못했다. 이 전 비서관의 공식 보고라인인 당시 사회정책수석과 대통령실장만 조사하고 권재진 민정수석비서관(현 법무부 장관)은 서면진술서만 받고 끝냈다. 당사자들의 진술만으로 불법사찰 내용이 청와대나 다른 실력자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제대로 된 수사라고 할 수 없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임명될 때부터 임기 말 대통령 지키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권 장관은 한 총장의 직속 상관이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윗선 자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만하다. 여권은 특검을 검토하고 있고 야권은 국정조사(國政調査)와 청문회를 하겠다고 벼른다. 이 역시 검찰이 자초한 것이다.
검찰은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등의 입막음용으로 류충열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준 5000만 원과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준 3400만 원의 출처에 대한 의혹도 풀지 못했다. 이들이 기소될 죄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거액을 자기 돈으로 내놓고 입막음을 시도할 이유가 없다. 돈을 준 사람의 진술에만 의존한 검찰은 무능한 것인가,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인가.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 사찰, 도청, 불법 계좌추적 등은 국민기본권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다. 사생활의 비밀은 적법한 수사에 의하지 않고는 침해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민간인 사찰 같은 범죄를 엄하게 다뤄야 이른바 국가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