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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특검·國調 자초하는 검찰의 눈치 보기 수사

입력 | 2012-06-14 03:00:00


검찰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에 대한 재수사 결과를 어제 발표했지만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검찰은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불법사찰의 비선(秘線)이라고 설명했다. 최초 수사에서는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놓쳤다가 폭로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밝혀내는 검찰의 수사 의지가 의심스럽다.

검찰은 재수사에서도 박 전 차장과 이 전 비서관 이상의 윗선을 규명하지 못했다. 이 전 비서관의 공식 보고라인인 당시 사회정책수석과 대통령실장만 조사하고 권재진 민정수석비서관(현 법무부 장관)은 서면진술서만 받고 끝냈다. 당사자들의 진술만으로 불법사찰 내용이 청와대나 다른 실력자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제대로 된 수사라고 할 수 없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임명될 때부터 임기 말 대통령 지키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권 장관은 한 총장의 직속 상관이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윗선 자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만하다. 여권은 특검을 검토하고 있고 야권은 국정조사(國政調査)와 청문회를 하겠다고 벼른다. 이 역시 검찰이 자초한 것이다.

검찰은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등의 입막음용으로 류충열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준 5000만 원과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준 3400만 원의 출처에 대한 의혹도 풀지 못했다. 이들이 기소될 죄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거액을 자기 돈으로 내놓고 입막음을 시도할 이유가 없다. 돈을 준 사람의 진술에만 의존한 검찰은 무능한 것인가,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인가.

검찰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조사한 500건 중 박 전 차장이 사기업의 청탁을 받고 공직감찰 기능을 개인 이익을 위해 이용한 3건에 대해서만 기소했다. 사법부의 수장인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이나 공직자가 아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동향 파악은 월권(越權)이다. 종교인 연예인 기업인 정치인에 대한 사찰 내용 중에는 단순한 동향 파악을 넘어선 것이 있었으나 처벌하지 못했다. 현행법으로 도청과 불법 계좌추적은 처벌할 수 있지만 사찰은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 한 처벌하기 어렵다. ‘불법 사찰 방지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다.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 사찰, 도청, 불법 계좌추적 등은 국민기본권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다. 사생활의 비밀은 적법한 수사에 의하지 않고는 침해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민간인 사찰 같은 범죄를 엄하게 다뤄야 이른바 국가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