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일심회’ 간첩사건의 총책인 장민호는 교도소에서 쓴 편지에서 ‘통합진보당 사태는 민생단 사건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통진당 홈페이지에 실린 이 편지는 비례대표 부정경선에 비판적인 ‘국민여론’에 대해 “외세가 우리들에게 강요해온, 분단이성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비이성이요, 광기”라고 일축했다. 당권파 소속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혁신파와 언론을 ‘종파주의자’에 빗댔다. 선거 부정을 덮고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돌리는 수법이다. 장민호는 민생단 사건 같은 북한식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 김정은 3대 세습에 대해선 “대(代)를 이은 선군(先軍)정치 역량의 증대”라고 치켜세웠다. 이러니 ‘뼛속 깊이 종북(從北)주의자’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가 일심회의 대북(對北)보고문에서 북한을 ‘조국’이라고 표현한 게 빈말이 아닌 모양이다.
▷당원 게시판에는 장민호를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실제 간첩질을 해서 진보를 색안경 끼고 보게 만든 사람’ ‘당의 심장을 북한에 팔아먹은 사람. 그를 옹호하는 것을 동지라 보기 어렵다’…. 장민호는 2008년 종북주의 논란으로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을 두 동강 낸 장본인으로 지목된다. 당 일각에서는 이 편지가 종북주의 청산의 쇄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