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학교는 학군이 뛰어나지 않아서인지 한국 학생은 어쩌다가 만날 수 있다. 우리 학교에서 1년간 아빠를 따라와서 공부하고 돌아가는 학생의 학부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가 영어 한 마디 못하고 왔는데 이제는 제법 읽기 실력을 갖췄다고 기뻐했다. 마지막 날 내 손에 쥐여준 카드에는 영어로 1년간 도와줘 감사하다고 써 있었다.
그 부모는 학교생활에 참여하며 본 교장 선생님의 역할이 한국과 다르게 보였나 보다. 한 학교를 책임지는 교장 선생님 역할이야 한국과 다를 바 없지만 권위적인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 있는 것 같다.
한국 학교에서는 행사가 있으면 교장 선생님은 가장 좋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관람하는데 이곳에서는 워키토키를 들고 다니면서 가장 바쁘게 복도에서 행사에 참가하는 학생을 지도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나도 놀랐다. 초임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에게 감히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 없었던 시절을 보낸 나도, 점심 지도를 하는 교사가 결근이라도 하면 당연히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이 점심 지도를 대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데 무려 10여 년 걸렸으니까.
아이들은 서로 존중하면서 살아야 하고, 어려서부터 절대 남을 때리면 안 되고 밀쳐도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고, 그런 것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경찰이라도 불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곳 사람들에게 한국의 왕따나 학교폭력은 거의 범죄로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이 싸우면서 큰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어려서부터 가르치자. 남을 존중해야 하고, 서로 다른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김은희 미국 버윈하이츠 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