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혜진-예슬양 사건 이후…
지난달 7일 오전 1시 42분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J아파트 앞. 서성대던 10대 2명이 조심스럽게 근처 자전거보관소로 접근했다. 이들은 보관소에 있던 자전거를 훔치기 위해 잠금장치를 부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은 현장에서 2.8km 떨어진 안양시청 7층 U-통합상황실 내 대형 모니터로 고스란히 중계됐다. 곧바로 상황실 직원이 경찰에 연락했다. 잠시 뒤 자전거를 훔쳐 달아나던 10대들은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상황 포착부터 검거까지 불과 2분 42초 걸렸을 뿐이다.
이보다 앞선 4월 28일 오전 3시 42분 안양동 비산고가도로 아래. 한 남성이 서있는 화물차 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근처 폐쇄회로(CC)TV에 움직임이 포착되자 상황실 직원은 카메라를 확대했다. 실내등에 비친 남성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 남성은 2분 55초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매일 밤 안양에서는 이처럼 ‘미드(미국 드라마)’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드라마의 주 무대는 2009년 문을 연 U-통합상황실. 시청 7층 440m²(약 130평) 규모의 공간이다. 상황실 전면에는 50인치 대형모니터 45개가 빼곡히 차 있다. 시내 383곳에 설치된 1800개 CCTV가 찍은 화면이 실시간으로 나온다. 경찰과 시청 직원 등 39명이 3교대로 24시간 동안 모니터하고 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U-통합상황실은 2007년 12월 발생한 혜진·예슬이 사건이 계기가 돼 추진됐다”며 “우범지역에 거미줄처럼 설치된 방범시스템 덕분에 범죄 예방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