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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팔간(八姦)

입력 | 2012-06-15 03:00:00

八: 여덟 팔 姦: 간사할 간




나쁜 신하가 군주에게 저지르는 여덟 가지 간사한 행동으로 동상(同床) 재방(在旁) 부형(父兄) 양앙(養殃) 민맹(民萌) 유행(流行) 위강(威强) 사방(四方) 등을 뜻한다. 한비자 ‘팔간(八姦)’ 편에 나온다. ‘동상’이란 잠자리를 같이하는 정실부인과 총애 받는 후궁들이 군주를 현혹시키고, 군주가 편안히 쉬려고 할 때나 만취했을 때를 틈타 원하고자 하는 일을 얻어내려는 것이다. ‘재방’은 군주의 측근들로 배우, 난쟁이, 심부름꾼 등 군주를 가까이 모시는 자들이 입에 발린 소리로 군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군주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군주의 뜻에 영합하고 군주의 낯빛을 살펴 비위를 맞추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꾀하는 자다. ‘부형’이란 친인척들로서 군주의 적자와 군주가 사랑하는 골육(骨肉)들이다. 이들이 혈연관계를 내세워 군주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양앙’이란 군주의 기호로서 군주가 궁궐과 누각, 연못 등을 가꾸기 좋아하거나 미녀나 개나 말을 꾸미는 것을 즐거워하게 됨으로 초래되는 군주의 재앙이다. ‘민맹’이란 신하가 공적인 재물로 백성들의 환심을 사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행동을 말한다. ‘유행’이란 교묘한 말로 군주의 마음을 허물고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외부와의 단절이 심한 군주들이 곧잘 당하는 것이다. ‘위강’이란 신하들이 협객이나 무사 등의 위세를 빌려 군주를 위협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말한다. ‘사방’이란 주변국들의 위세를 이용해 군주가 큰 나라를 섬기도록 하면서 군주를 좌지우지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팔간에 휘둘린 군주는 구설수에 시달리게 되고 이목도 가려지고 협박을 받기도 한다. 자신의 권세와 지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자멸하게 되는 경우마저 생긴다. 물론 한비자는 군주가 함부로 자신의 속내를 내보여 그들에게 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에 이런 것들에 취약해진다고 경고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조직의 어떤 최고경영자가 이 팔간에서 자유롭다고 과연 장담할 수 있겠는가.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